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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美中日 석학 인터뷰] (1) 美 조지프 나이 교수(하버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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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美中日 석학 인터뷰] (1) 美 조지프 나이 교수(하버드대)

입력
2007.01.0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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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일본은 북핵 6자회담의 주요 참가국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안보환경을 결정짓는 중심축이다. 이들 3국은 동북아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지만 저마다 자국의 이해와 관점에서 현안을 바라보는 탓에 서로간에 크고 작은 차이를 노정하기도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2007년은 한반도 안보상황이 북한 핵위협에 발목이 잡힌 채 질곡의 시간을 되풀이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운명적 시기가 될 수 있다. 2007년의 역동성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의 한반도 및 안보 전문 석학들의 견해를 들어본다. 미국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 중국 인민대학 스인홍 교수, 일본 시즈오카 현립대 이즈미 하지메 교수 순으로 인터뷰를 싣는다.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는 북한의 핵포기를 위해서는 중국의 영향력 행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 핵이 통일한국 달성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성과없이 끝난 6자회담에 대한 평가와 함께 새해 전망을 해달라.

“6자회담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휴회한 것은 중국이 아직은 그렇게 강하게 북한을 압박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6자회담 틀은 북한을 견제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계속 할 것이다. 그러나 6자회담의 성공은 중국이 정말로 확고한 결심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이 어떠한 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중국은 북한, 나아가 한반도를 비핵화상태로 유지하려는 정책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의 불안정을 초래하지 않으려는 목표 사이에서 분열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는 중국이 그 두 가지 가운데 어는 것이 더 중요한지를 결정해야만 한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양면적 태도를 갖고 있었고 북한도 중국에 대해서 이중적이었다. 중국은 이제는 북한이 핵 장치를 폭발시킨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고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대결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중국이 훨씬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저지 노력에도 불구,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중국이 보다 강경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생각이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항변하지만 중국이 북한에 수출하는 식량이나 연료의 양만을 따져 볼 때도 중국의 영향력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크다. 다만 중국이 과연 평양 정권을 압박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경제적 영향력을 사용할지 여부는 아직 의문이며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결단 이외에 6자회담 성공을 위해 다른 어떤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고 보는가.

“주요 참여국들의 입장과 주장들이 막다른 교착국면에 빠진다면 6자회담은 성공하지 못한다. 중국이 기꺼이 북한에 대한 압박으로 나올 경우, 역으로 미국은 북한과 기꺼이 타협하려는 자세를 갖춤으로써 두 가지가 병행돼야 한다. 미중이 공통의 이해를 찾아내는 일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대해 아직 명확한 답을 모르고 있다. 중일관계의 호전도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건전한 역할을 할 것이며 그만큼 유익할 것이다.”

-각국의 입장차이로 6자회담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인가.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여국들은 핵무장한 북한을 원치 않는다는데 모두 동의하지만 동시에 저마다 복합적 목표들을 갖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정치, 경제적 붕괴를 회피하고 싶어한다. 일본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어내고자 한다. 미국은 (지금은 확실치 않으나) 과거에는 북한 정권의 종말을 보고 싶어했다. 그만큼 각국이 2차적 목표에 대해 충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 6자회담을 흔들 수 있다.”

-미중이 국제 평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미중간 막대한 교역량을 본다면 양국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안보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이 막강한 힘을 가진 강국임을 인정하고 국제정치 무대의 책임 있는 핵심 당사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유엔에서의 이란 제재나, 6자회담 등에서 중국이 강대국의 국제적 의무에 걸 맞는 행동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양국은 경제와 안보, 두 분야 모두에서 협력기반을 확대해 가야 한다.”

-6자회담에서 일본 역할의 의미와 한계는.

“일본은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또 다른 목표는 일본인 납치사건에 대해 북한이 진실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목표 분산이 일본 역할의 한계가 될 수 있다.”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미 민주당과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보는가.

“민주당이 좀더 기꺼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진지하게 고심한다면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6자회담 틀을 무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앞으로 북한 태도 때문에 양당의 정책차이는 줄어들 것이다. 중간선거 패배로 부시 대통령의 힘이 약화한 것은 사실이나 그는 향후 2년 동안 여전히 미국 대통령이다.”

-부시 대통령이 평양에 특사를 보낼 것으로 보는가.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특사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힐 대사는 이미 북한과 양자 접촉을 하고 있다. 그는 매우 유능하고 역량이 있다. 부시 행정부가 다른 인사를 특사로 내세울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의 핵 포기 이전에 북미 관계 정상화가 병행될 수 있다고 보는가.

“관계 정상화 조치가 가능하겠지만 그것은 명백히 전제가 충족돼야 하는 조건부가 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폐기를 이행해야만 북한 정권 붕괴 목표를 버릴 것이고 관계정상화는 북한의 핵포기 대가로 주는 보상의 하나로만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안전보장의 적절한 형태는.

“북한 정권을 인정한다는 성명과 북한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부 성명이 문서화된 형태로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조건은 핵 폐기 등 6자회담에서 도달한 합의의 이행이다. 즉 핵 폐기를 조건으로 무력 불사용을 문서로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6자회담이 동북아시아 안보기구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미국은 이미 내가 국방부에 근무할 당시인 10년 이상 전에 동북아시아 안보대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은 그 제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제안 자체가 허공에 떠버렸다. 지금의 상황과 조건은 그때와는 달리 상당히 호의적으로 변해 있어 계속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주변국의 입장은 어떠하다고 보는가.

“미국은 항상 한국의 통일을 지지해왔다. 중국이 미국만큼 통일 한국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갖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통일이 가까운 장래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때문에 현단계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해 미중일 3국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단기적으로 중요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 포기 없이 한반도 통일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북한의 정치적 여건으로 볼 때 핵 폐기를 검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 과정에서 과도적으로 핵 동결을 수용하고 한반도의 점진적 통합을 진척시켜 나가는 일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적으로 통일될 한국이 미래에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핵 폐기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

-6자회담이 실패했을 때 동북아시아가 핵무장 경쟁에 나설 것으로 생각하는가.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일본에서 핵개발 논의가 있으나 일본은 세계 역사상 핵 공격의 고통을 경험한 유일한 나라이어서 반감이 여전히 강하다. 미일 안보동맹이 유지되는 한 일본은 핵무장쪽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한국도 그렇다. 북한과의 점진적 재통합을 바라는 상황에서 북한과 핵무기로 경쟁하는 것은 통일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에 핵무장에 반대하는 덜 위험한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나.

“북한에도 변화와 도약의 계기가 있을 수 있다. 인터넷과 정보의 흐름으로 볼 때 김정일 정권이 김일성이 했던 것처럼 북한 주민들을 세계와 격리시키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변화가 오기까지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의 과정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그래도 결국 우리는 그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북한이 내부로부터 붕괴했을 때 관리가 가능하겠는가.

“북한은 완만히 쇠퇴하는 것이 세계를 위해 더 바람직하다. 북한이 급격히 붕괴하면 대규모 난민이외에 북한의 핵시설을 누가 통제할 것이냐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북한의 점진적 쇠퇴가 관리하기 좋지만 그 과정은 외부가 아닌 내부 요소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69) 교수는 1964년 이래 줄곧 하버드대에서 재직하면서 빌 클린턴 정권 초기 국가정보위원회(NIC) 의장과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로 참여했다. 하버드대에서는 케네디 스쿨 학장을 역임했다. 그는 미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수립에 관여했으며 국방부 차관보 시절에는 남북한 통일 이후에도 미군을 한반도에 주둔시켜야 한다는 '나이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저서 <소프트 파워> 를 통해 조지 W 부시 정권의 독선적 이라크 정책을 비판했다. 1958년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뒤 로즈 장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석사, 1964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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