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민들이 새해맞이를 준비하며 들뜬 하루를 보낸 12월 31일, 이라크에서 전사한 미군 수가 3,000명에 이르렀다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AP통신은 바그다드에서 12월 28일 벌어진 소규모 교전 도중 텍사스 스프링 출신 더스틴 R 도니카(22) 상병이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아 숨진 것을 31일 미 국방부가 확인했으며, 자체 집계 결과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래 미군 전사자가 3,000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12월 중 미군 전사자는 111명에 달해 지난 12개월 동안 제일 많았고, 2006년 한해 이라크에서 숨진 미군은 모두 820명이었다.
3,000명이라는 전사자는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에 끝난 걸프전의 전사자(382명)보다는 많지만 베트남전(5만8,000명)이나 한국전(3만5,000명) 등에 비하면 훨씬 적은 것이다. 그러나 무기나 장비가 당시에 비해 크게 발달한데다, 전체 전사자들의 95%가 2003년 5월 1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승전 선언을 한 뒤에 나왔다는 점 때문에 미국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라크전에서 부상한 미군의 수가 전사자의 7배에 달하는 2만2,000명이나 된다고 보도했다. 또 12월 2일까지 숨진 2,888명 가운데 4분의 3 정도가 30세 이하이며, 26세가 안 된 ‘꽃다운 나이’의 전사자도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 성년이 된 18세 병사도 26명이 세상과 작별했다.
AP통신은 그러나 부시 정권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 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에, 다국적군의 도움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12월 하순까지 다국적군의 전사자는 영국 127명, 이탈리아 33명, 우크라이나 18명, 폴란드 18명, 불가리아 13명, 스페인 11명, 덴마크 6명 등이다.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3,000명째 전사자를 애도했다고 밝혔다. 텍사스주 크로퍼드목장에서 부시 대통령과 함께 머물고 있는 백악관 스콧 스탠즐 부대변인은 “대통령은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고 믿으며, 목숨을 잃은 병사들 각각을 애도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그러나 “우리는 문명화된 세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지하디스트와 계속 싸울 것”이라며 테러와의 전쟁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은 3,000명이라는 전사자에 대해 “비극적인 이정표”라면서 “정부는 그들의 영웅적 행동에 보답하고 안전하게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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