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마음에서 생겨납니다. 행복을 좇는 자는 결코 행복을 잡을 수 없으며, 생활에 충실하고 성실한 자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김현태 산문집 <행복을 전하는 우체통> ) 행복을>
쉼 없는 인생. 무엇을 얼마나 얻기 위해 한치의 여유도 없이 달려왔을까. 행복을 찾기 위해서인가. 그렇다면 행복을 가늠하는 잣대는 무엇일까.
행복은 마음으로 느껴지고, 마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다고 했다. 행복의 원천은 바로 마음이다. 함께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면 그 행복은 더욱 값지다.
일과 가족에서 행복 찾는 할머니
김숙영(85) 할머니는 80대 중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다. 그는 "사진 예쁘게 찍어줘요"라며 첫 인사를 대신했다. 얇게 화장한 그의 얼굴에선 소녀와 같은 수줍음도 묻어 나왔다.
김 할머니는 삼성서울병원에서 가장 많이 봉사활동을 한 으뜸 자원봉사자다. "맏딸 권유로 시작한 봉사활동이 벌써 10년이나 됐네요"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하는 그의 봉사시간은 4,200시간을 넘어섰다. 봉사를 받아야 할 70대 중반의 나이에 자원봉사자로 선뜻나선 건 건강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을 하면 할수록 삶의 기쁨은 더해졌다.
김 할머니는 삼성서울병원 거즈 접기 달인이다. "병원에서는 거즈를 '총알'이라고 해요. 거즈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죠. 내가 접은 거즈가 환자의 환부뿐 아니라 아픈 마음도 함께 닦아주길 바래요."
그는 병원 친구도 많다. 딸 또래의 중년 자원봉사자들이다. 때론 수다도 떨지만 인생의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일할 수 있는 행복뿐 아니라 사람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좋다고 했다.
김 할머니도 젊은 시절엔 욕심이 많았다. 항상 높은 눈높이 때문에 성에 차는 게 거의 없었다. 아들 하나 딸 넷인데 모두 성공하길 바랬죠. 조금 지나칠 정도로요."
과도한 자식 욕심은 만성 위경련을 가져 다 줬다. "쉰 살을 조금 넘긴 나이였죠. 어느 순간 자식에 대한 욕심이 없어지더니 위경련도 감쪽같이 사라지더군요." 건강도 행복도 모두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알게 됐다고 했다.
고민거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뭔가 허전할 때가 있지요. 그럴 때면 무작정 시외버스를 타고 교외로 나가요. 그리고 아무 곳이나 눈에 띄는 사찰에서 예불을 드려요. 그러면 마음이 참 홀가분해지죠."
무탈한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 손녀도 김 할머니에겐 행복이다.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죠. 불평 않고 마음을 비우면 행복이 절로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의 행복론이다.
수치로 본, 한국은 행복-중하위권
행복을 수치로 따지면 우리의 행복지수는 몇 점이나 될까. 지난해 말 한국갤럽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스스로 느끼는 행복감은 100점 만점 중 69.1점이다. 남성보다 여성이, 연령대가 낮을 수록 더 행복감을 느낀다는 결과도 있다.
행복을 결정하는 요건으로는 응답자의 60.3%가 '건강'이라고 답해 '돈'(10.6점)이라는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1년 전과 비교한 행복감은 '비슷하다'는 응답이 61.4%로 가장 많았고 '더 행복하다'(22.8%) '덜 행복하다'(15.6%)였다. 더 행복한 사람은 마음의 안정(19.4%)과 가정의 화목(16.9%)을, 덜 행복한 사람은 경제적 문제(47.7%)와 공부ㆍ학업(15.3%)을 각각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7월 영국 레스터 대학 애드리안 화이트 교수는 178개 국가를 대상으로 건강(평균수명), 부(1인당 국내총생산ㆍGDP), 교육(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 등 3가지 요소를 토대로 한 '행복지도'를 발표했다. 덴마크가 1위, 스위스가 2위, 오스트리아 3위를 차지하는 등 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미국은 23위, 한국은 102위에 그쳤다. 1인당 GDP가 3만1,500달러에 달하는 일본은 90위인 반면 1인당 GDP가 1,400달러밖에 안 되는 히말라야의 작은 나라 부탄은 8위에 올랐다.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야드 교수(런던정경대학ㆍLSE)가 발표한 2005년판 행복지수에서 전체 조사대상 70여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40위(74)였다. 가장 행복한 나라는 네덜란드(96)였고 아일랜드 캐나다 스위스 덴마크가 뒤를 이었다. 이들 국가는 복지제도와 사회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1인당 GDP가 1만 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멕시코의 행복지수가 89로 미국(91)과 비슷했다. 행복지수가 경제력과 정비례하지는 않음을 입증한다.
지난해 9월 방한해 특별 강연한 마틴 셀리그먼(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부) 교수는 "진정한 행복은 물질적 성취가 아닌 긍정적 사고에서 나온다"고 역설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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