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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우의 과학@영화.com] <1> 우주관광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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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우의 과학@영화.com] <1> 우주관광 시대

입력
2007.01.0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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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크린 속 우주 여정은 '개봉요원'200억원이면 우주선 탈 수 있는 시대라도 극한의 역경 헤치는 모습은 아직 꿈일 뿐

이재현 씨의 '가상인터뷰 대화'에 이어 과학평론가 주일우(40) 씨의 영화속 과학 이야기 '과학@영화.com'을 새로 연재합니다. 주씨는 연세대에서 생화학(학사), 서울대에서 과학사(석사), 캠브리지대에서 환경학(박사)을 공부했습니다.

문화 잡지 <이다> 의 편집동인이었고, '아트센터 나비'부관장으로서 과학과 과학기술과 예술의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었습니다. 주씨는 현재 모든 예술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교육ㆍ프로젝트ㆍ전시ㆍ출판 활동을 하며 분야들 사이의 소통 통로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문지문화원 '사이'의 기획실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연재를 시작하며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해보려는 이유는 사람들이 영화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사서삼경이 널리 읽히던 시절에는 공자님 말씀을 예로 삼아 이야기 하는 것이 의사 소통에 가장 유리했을 것이고, 성경 이야기를 늘 접하는 서양 사람들에겐 성경 속의 일화를 예로 삼아 이야기하는 것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우리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공유된 텍스트는 영화가 아닐까?

늘 우리의 삶을 뿌리에서부터 뒤흔들고 있으면서도 잘 보이지 않는 현대의 과학 기술을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어깨에서 힘을 좀 빼 보면 어떨까?

사회상을 반영하는 영화를 잘 읽기만 한다면 과학 기술이 삶과 얽힌 양상을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이 이번 연재의 출발점이다.

이 시도는 자연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틈새를 메우는 작업과도 관련이 있다. 사람들 삶의 여러 가지 양태를 다양한 도구를 통해서 다루는 것이 인문학이라면 현대의 인문학은 삶에 촘촘히 박혀 있는 과학기술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소통이 자연과학과 인문학에서 고갈되어가는 상상력을 되찾아 주지는 않을까? 놀라운 사건들보다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과학 기술을 찾아보려는 이 시도가 얽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주비행사를 꿈 꾼 적이 있었다.

피어리, 아문센, 힐러리가 남ㆍ북극과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모두 가버렸으니 지구상에서 남의 발이 닿지 않은 곳은 없고 남은 곳은 우주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마음에 두고 닮고자 했던 사람은 데이비드 보우만, 역사적 인물은 아니고 영화 <서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1968,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 나오는 우주선 디스커버리호의 선장이다.

수많은 영웅적인 우주비행사들이 아니라 보우만을 꼽는 이유는 그가 우주비행사로 선발된 이유와 관련이 있다. <서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가 처음 상영된 것이 1968년이니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셈인데, 당시의 상상으로는 2001년이면 전문적인 지식이 아주 깊어진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보우만은 1968년의 시점으로 보면 여러 분야에서 두루 박사급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2001년의 기준으로 보면 그가 가진 지식의 수준은 고급 교양 정도.

전문적으로 한 분야에만 깊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보우만처럼 폭 넓은 지식을 가진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그가 선장의 임무를 맡게 된 이유이다. 지금도 내가 과학과 인문학, 그리고 예술 사이의 소통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가 어린 시절 보우만으로부터 받은 인상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내가 우주비행사가 되지 못한 이유는 폭넓은 교양에만 관심을 가지고 우주비행사가 가져야 할 다른 덕목들을 눈여겨보지 않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주비행사가 여행해야 하는 우주는 인간이 살기에 적당하지 않은 극한 환경이고 작은 실수로 생명을 잃기 십상이다. 따라서 우주비행사에게 육체적, 정신적 강인함은 필수적이라고 한다.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 사이의 우주 경쟁이 치열했던 1950년대와 60년대에 쏟아져 나온 우주와 관련된 영화들에서 우주비행사들이 겪는 고초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푸른 다뉴브를 들으면서 편안하게 목성을 향해가고 있던 선장 보우만과 부선장 풀. 이들에게 닥친 재난은 우주선을 통제하는 컴퓨터 할9000이 일으킨 반란이다. 자신의 작은 실수를 감추려고 더 큰 실수를 저지르는 인공지능 때문에 풀은 우주 미아가 되고 다른 임무를 위해 동면하고 있던 승무원들도 모두 죽는다. 혼자 남은 보우만은 강인한 체력과 재치로 할9000을 제압하고 가까스로 목적지에 닿는다.

<화성의 로빈슨 크루소> (1964, 바이런 해스킨 감독)에서 우주비행사 키트 드레이퍼는 화성주위를 선회하다가 우주선의 고장으로 아무것도 없는 화성에 불시착, 생존에 필요한 것들 찾아 헤매느라 죽을 고생을 한다. <마루니드> (1969, 존 스터지스 감독)의 우주비행사 프루이트, 로이드, 스톤은 우주정거장에서 무중력 상태와 관련된 실험을 하다가 귀환하려 하지만 추진 장치의 문제 때문에 출발하지 못하고 산소 부족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다.

영화 속의 우주비행사들은 어려움을 겪기는 하지만 대부분 결국 살아남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것보다 가혹하다.

유리 가가린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 궤도를 선회한지 45년이 지났고 우주에 발을 디딘 사람의 숫자는 450명이 넘는데 그 중에서 생명을 잃은 사람도 제법 된다.

1961년에 소련에서 훈련 중이던 발렌틴 본다렌코가 화재로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1967년에는 아폴로호의 지상 시험 중에 불이나 세 명의 우주비행사가 사망했다. 같은 해, 소련의 블라디미르 코스마로브가 지구에 착륙하려다 낙하산이 작동하지 않아 목숨을 잃었고 1971년에도 세 명의 소련 우주비행사가 귀환 중에 세상을 떴다.

1986년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2003년의 콜롬비아호의 폭발로 각각 일곱 명씩, 총 열네 명이 공중에서 산화했다. 주목할 것은 우주인들에게 닥친 사고의 대부분이 완력이나 머리를 쓴다고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우주비행사는 건강해야 하겠지만 육체적 강인함이 필수적인 조건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특히, 우주선을 조정하는 파일럿 우주비행사나 로봇팔 조작이나 우주 유영 등을 실제로 하는 임무 전문가가 아니라 우주선 안에서 자신이 싣고 온 화물을 이용해 활동을 하는 화물 전문가는 주어진 임무가 한정되어 있어 선발기준이나 훈련과정이 비교적 쉽다. 게다가 러시아에서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우주비행사가 받는 훈련이 그들의 우주계획 초기에 진행했던 것처럼 가혹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발열실과 독방에서 받는 훈련을 없애고 낙하 점프 훈련을 줄였다. 멀미에 대비하기 위해서 급회전 하는 의자에 앉아 받던 훈련도 쉽게 개선했다.

2001년부터는 보통 사람도 요금을 내면 우주 관광을 시켜준다. 첫 관광객인 데니스 티토, 그리고 최근에 관광을 했던 아누셰 안사리에 이르기까지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방문한 사람들 모두에게 적용된 공정 가격은 200억 원 가량. 열흘 전쯤, 우리나라에서도 최초의 우주인을 선발한다고 세밑이 떠들썩했다.

3만6,206명의 지원자들 중에서 남녀 2명이 선발되었고 그 중에 1명이 우주여행 길에 오른다. 어떤 별에 착륙한 우주인들이 태극기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는 마임으로 시작한 마지막 선발전에서 미스코리아처럼 뽑힌 이들의 자격은 쇼가 보여준 판타지와는 달리 화물전문가 정도다.

우주관광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러시아 정부에 지불해야 하는 요금도 똑같다.

이젠 요금만 지불할 수 있고 일정한 시험만 통과하면 우주 관광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 보았던 멋진 우주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여럿 있다. 우선, 편하게 타고 다닐 탈 것이 필요하다. 지금 사용되고 있는 로켓은 효율이 떨어지고 실패율도 높다. 게다가 우주왕복선은 두 차례나 폭발 사고를 겪을 정도로 안정된 시스템이 아니다.

또한, 여행가서 머물 호텔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짓는 일도 요원해 보인다. 현재 건설 중인 국제우주정거장의 완공도 2010년 이후로 계속 미루어지고 있는데다 운석이 비처럼 내리는 달에 안전한 구조물을 세우기는 더 어렵다.

비용도 천문학적이어서 달 기지를 세운다면 그 비용은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달나라 여행을 꿈꾸어 왔지만 수십 년 안에 성사되리라 보기는 어렵다.

다른 행성에 가거나 태양계를 벗어나는 신나는 여행은 아무래도 영화에서나 즐길 수 있는 일이지 싶다.

/주일우(과학평론가ㆍ문지문화원'사이'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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