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가고 여행다니고 취직 생각은 아직… 충분히 준비해야 꿈 이루죠
장재혁(27)씨는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살아왔다. 남다른 그의 행적 또한 무척 복잡하면서도 흥미롭다.
1999년 그는 "공부가 재미 없어서" 영남대 1학년을 마치고 중퇴했다. "군대에 가고 싶어서" 2000년 3월 해병대에 자원 입대한 그는 "군 생활이 너무 재미 있어서" 이듬해 상병에서 하사관을 지원했다.
2003년부터 그는 "다시 공부가 하고 싶어서" 군인 신분으로 2년제 전문대학인 포항1대학의 야간 관광비즈니스과를 다녀 졸업장을 땄다.
2005년 제대 후에는 "그냥 외국에 가고 싶어서" 호주 시드니로 훌쩍 떠났다. 1년 동안 호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실컷 놀았다는 그는 "다른 공부가 하고 싶어서" 2007년 2월 시드니에 있는 2년제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다.
남들은 이런 장씨를 보고 "팔자 좋다"고 말한다. 또래들은 모두 취직 준비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그는 놀 궁리만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군대 간 뒤로 지금까지 부모님께 손 한 번 벌려 본 적 없다.
대학은 하사관 월급으로 다녔고, 호주에서는 하사관 시절 모은 돈과 현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번 돈으로 생활했다. 팔자 좋은 젊은이는 부모님 돈만 믿고 놀기만 하는 철없는 사람이나 해당하는 말"이라고 했다.
그는 "인생에 마치 모범생 코스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강요하는 사회가 싫다"고 말했다. 때 되면 대학가고, 졸업해 취직하고, 또 때 되면 결혼하고 아기 낳는 식의…. "대학 졸업하면 바로 취직해야 한다며 안달하는 친구들 보면 불쌍하다.
과연 자기 전공과 적성을 살려 취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도 궁금하다. 하고 싶은 것 실컷 하고 배우고 싶은 건 맘껏 배운 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 연말 잠시 귀국한 그는 7일 호주로 떠난다. 시드니에서 제빵ㆍ요리를 배울 그의 올해 첫번째 목표는 외국 대학생활에 적응하는 게 아니라 평소 꿈꿔온 스카이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다.
장씨는 "남들 눈에는 제멋대로 산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렇게나 살아온 건 절대 아니다"며 "길고 긴 인생 지금부터 서두를 필요는 없다. 충분히 준비한 사람만이 세상을 품고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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