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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경쟁력이다] "사람을 이해하는 컴퓨터·접어서 보관하는 車 연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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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경쟁력이다] "사람을 이해하는 컴퓨터·접어서 보관하는 車 연구중"

입력
2007.01.01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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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벽은 유리… 수업·연구 모두 공개해개방·창의·파격성이 상상력의 근간이야"

이제 본격적인 미디어랩 탐험에 들어가볼까?

우리 연구소 건물의 특징은 구분된 강의실이나 밀폐된 연구실을 없다는 거야. 벽도 유리라 안이 훤히 보이지. 그 흔한 보안카드 같은 것도 없어. 수업이나 연구자료를 모두 공개하는 건 물론이야. 이런 곳에서 세상 최첨단 연구가 이뤄진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지.

학생들이랑 교수들도 만만치 않아. 얼마 전 휴먼 다이내믹스 그룹소속 교수와 학생들은 잠옷바람으로 학교에 나왔대.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그냥 그러고 싶었다나. 미디어랩 창립자인 마빈 민스키 교수는 “개방과 창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성이야 말로 상상력의 근간이 된다”고 말하고 있어.

요즘 진행되는 따끈따끈한 연구들을 소개해줄게. 2~3년 전만해도 인간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주된 연구 주제였지. 옷처럼 입는 컴퓨터가 그래서 만들어진 거야.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컴퓨터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미디어랩의 주된 관심이야. 휴먼 다이내믹스 그룹에서 만든‘스타트랙 커뮤니케이터’가 대표적이지. 영화 스타트랙에 나오는 것처럼, 음성지시를 내리는 기능도 생길 예정이래. 이 컴퓨터를 목에 걸면 그 사람의 감정, 건강, 생활패턴, 인간관계까지 모든 것을 컴퓨터가 파악하도록 설계됐어.

예컨대 우울증 여부를 스스로 진단해서 병원에 연락을 취해준다든지, 자폐아들이 타인과 의사소통하도록 도울 수 있지. 향후에는 이 기능을 휴대폰에 탑재한대.

다양한 산학협동 연구도 진행중이야. 스마트시티 그룹은 요즘 GM자동차와 빌려 쓰는 ‘시티카’연구에 한창인데, 올해 국제자동차쇼에 선보일 예정이래. 정류장에 비치된 ‘시티카’를 빌려 원하는 정류장까지 직접 몰고 간 뒤 반납하는 거지. 쇼핑카트 같은 개념인데, 실제로 쇼핑카트처럼 접어서 보관하기 때문에 주차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어.

시티카 프로젝트는 자동차뿐 아니라 주변환경도 바꿔야 하기 때문에, 공학도 외에도 법학 사회학 도시학 디자인 등 다양한 전공생들이 모여 이뤄낸 학제간 공동연구의 사례기도 해.

스피치 인터페이스 그룹에서는 휴대폰을 통해 상대방에게 내 상황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모토로라와 개발중이야. 단순 위치추적이 아니라, 내가 지금 일을 하는지 운동을 하는지 밥을 먹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거지.

원래 이곳 유학생이 본국에 있는 부모를 생각하며 만든 아이디어인데, 곧 스프린트를 통해 제품화까지 한다더군. 이밖에도 100달러 노트북, 냄새를 전달하는 통신 등 기발한 연구들이 많아.

상상력은 거창한게 아니야. 필요에 따라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고,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기업은 상용화를 하는 거지. 한마디로 미디어랩은 상상력을 짜내는 곳이 아니라, 창의적 상상력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올 수 있는 기반과 분위기를 제공하는 곳이야.

미디어랩이 더 궁금하면 한국인 석사과정학생 김태미(25) 양에게 물어봐. “여기서 학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내 아이디어가 5년 뒤에도 같은 평가를 받으리라는 보장은 교수들도 못하거든요. 15년이나 지속되는 연구도 있어요. 이런 장기적 안목이야말로 상상력의 비결인 거 같아요.”

황당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학생들, 그것을 칭찬하는 교수들, 당장은 전혀 돈이 될 것 같지 않은데도 매년 수십만 달러씩 지원하는 기업들. 이 속에서 상상력은 꽃피는 거지. 사실 나도 그렇게 해서 태어났거든.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지만 여기까지만 하지. 한국에도 미디어랩 같은 연구소가 있으면 꼭 초대해줘. 성과에 집착하고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있는 그런 데 말고, 정말 자유롭고 상상력이 넘치는 연구소말이야.

보스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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