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1일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됐다.
2004년 중ㆍ동부 유럽 10개 국가의 동시 가입이 이뤄진 지 3년만의 EU 확대이다. 이로써 50년 전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베네룩스3국 등 6개국의 유럽경제공동체(ECC)를 모태로 출발한 EU는 이제 회원국 27개국, 인구 4억8,700만명의 거대 공동체로 성장했다.
유고연방의 한 공화국이었던 슬로베니아는 이날부터 유로화를 공식 통화로 채택, 구 공산권 국가 중 처음으로 유로존 편입의 스타트를 끊었다.
루마니아 수도 부카레스트와 불가리아의 소피아는 EU 가입을 자축하는 행사로 떠들썩하게 새해를 맞았다. 트라비안 바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은 EU기가 게양된 정부 청사에서 열린 축하식에서 시계바늘이 자정을 가리키자 “EU에 들어왔다”고 선언하며 “평화와 번영의 길을 약속받고 새로운 세대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 렌 EU 확대담당 집행위원과 1월부터 6개월간 EU 순번 의장국을 맡은 독일의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 등도 참석했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2000년 EU 가입 협상을 시작했으나, 만연한 부패와 조직범죄, 낮은 경제 수준 등 자격 미달로 2004년 동시 가입 10개국에 포함되지 못했다. 두 나라의 가입은 앞으로 EU 확대의 향방을 가늠할 잣대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EU가 외연 확대를 멈추지는 않겠지만, 가입 후보국인 크로아티아,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마케도니아 터키 등이 EU에 들어오려면 훨씬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EC)가 회원국 국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EU 확대 반대 의견은 2005년 가을 39%에서 6개월만인 2006년 봄에는 42%로 증가하는 등 여론도 냉랭해지고 있다.
올드 유럽과 뉴 유럽의 경제적 격차가 EU 통합과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신생 회원국인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각각 7%와 5.5%의 2006년 잠정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로 유럽 대륙에선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다. 하지만 인구는 EU 전체의 6%를 차지하는 반면 GDP는 1%도 못 되는 수준이다. 특히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각각 월 305유로, 180유로에 불과하다. 선진 서유럽 국가들은 이런 신생 회원국의 값싼 노동 이민이 쏟아져 들어올 경우 자국민의 일자리에 미칠 여파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영국 아일랜드 등 기존 EU 국가들은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국민들에 대해 농업 등 일부 분야의 단기취업만 허용하는 등 장벽을 세우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