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을 1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지율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상승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및 고건 전 총리의 정체 또는 하락세라는 경향은 일관되게 나타났다. 지난 추석 이후 지속돼온 이 같은 흐름을 두고 두 가지 전망이 팽팽히 맞서 있다. 우선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후보의 절대 우세 상황이 12월 대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반면 정치공학적 요인이 작용해 최종적으로는 여야 후보의 지지율이 50만표 이내의 초접전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현 시점의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이러한 판세가 계속 유지될 지 여부를 전망하는 것은 무리이다. 여론조사는 현재의 시점에서 여론의 방향과 크기를 측정하는 풍향계이지 미래를 예측하는 부채 도사, 슈퍼컴퓨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 통계적 의미의 표본오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해석할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 비표집오차 즉 주로 조사 과정에서 나타나는 오차도 존재하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를 현재의 민심을 알아보는 참고자료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판세에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 즉 특정인이 유력후보로 부상하면서 그쪽으로 지지가 쏠리는 편승 현상과 ‘침묵의 나선이론(The Spiral of Silence Theory) 효과’, 즉 자신이 소수파에 속한다고 판단하는 개인은 고립을 두려워해서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꺼리게 되는 현상 등이 반영될 수 있다. 따라서 선거 분석을 할 때는 이 같은 현상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결국 1년 뒤의 선거 결과를 전망할 때는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만을 참고하기 보다는 앞으로 어떤 이슈가 선거의 주된 테마로 등장할 것인가를 예상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역대 대선을 분석해 보면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선거 구도를 들 수 있다.
민주 대 반(反)민주의 구도로 전개된 1987년 대선에서는 김영삼(YS)-김대중(DJ) 후보의 분열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DJ 대 반(反)DJ의 구도로 전개된 97년 대선에선 다수파였던 반(反)DJ층이 이회창과 이인제로 분열된 반면, DJ 지지층은 DJP 연대로 세력을 확대해 승리할 수 있었다. 이회창 대 반(反) 이회창 구도로 전개된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로 반창(反昌) 세력이 통합되면서 이회창 지지층보다 더 커지게 됐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계개편이 어떻게 전개되느냐, 야권의 분열이 일어나느냐, 대결 전선이 어떻게 형성되느냐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경제 문제 역시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경우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선거에서 경제는 주요 이슈로 거론됐으면서도 실제로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내년 대선에서는 다를 것이라는 주장이 더 힘을 얻고 있다. 특히 16대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40대 연령층이 부동산, 세금 문제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북핵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행정수도 이전 공약처럼 지역 혹은 계층을 쪼개는 이슈가 나올 것인지 등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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