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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사형] "두건 안 쓰겠다" 끝까지 자존심 지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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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사형] "두건 안 쓰겠다" 끝까지 자존심 지키려

입력
2006.12.3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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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파 입회인들, 시신 주위서 춤 추기도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의 동이 틀 무렵인 30일 오전 6시께, 사담 후세인(69) 전 이라크 대통령이 교수대에 섰다. 검은 코트 차림의 후세인이 복면을 한 집행관 3명에 의해 호송돼온 곳은 바그다드 미군 특별경계구역 ‘그린존’을 벗어난 카디미야의 이라크군 기지. 과거 자신의 집권 시절 숱한 반체제 인사들을 고문하고 처형했던 자리다. 집행관들은 ‘사형수’ 후세인에게 검은 두건을 씌우려 했으나, 그가 거부했다. 후세인의 목에 곧 굵은 밧줄이 걸렸다. 잠시 후 후세인은 흰 천으로 감싼 싸늘한 시신이 돼 차가운 바닥에 눕혀졌다.

후세인 사형이 집행된 지 몇 시간 뒤 이라크 국민들은 국영 알 이라키야 방송 등 TV를 통해 그의 최후를 확인했다. 이라크 정부가 공개한 영상에는 교수대에 매달려 숨이 끊어지는 10여분을 제외한 후세인의 처형 과정이 모두 담겼다. 미군으로부터 후세인의 신병을 인도한 지 불과 수시간만에 신속하게 사형을 집행한 이라크 정부는 “이슬람과 국제기준에 맞춰, 후세인의 뜻을 존중하며 사형이 집행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와 아랍권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후세인의 처형 순간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또 다른 동영상은 형장의 혼란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는 교수대에 매달리기 직전, 후세인이 자신을 모욕하는 집행관들에게 소리를 질러대는 모습이 담겨 있다.

후세인은 사형수에게 씌우는 두건과 이슬람 성직자 입회를 거부하는 등 죽음 직전까지도 자존심을 지키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후세인의 태도에 대한 증언은 엇갈리고 있다.

처형에 입회한 무니르 하다드 판사는 BBC방송에 “후세인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형장에 끌려온 후세인은 “두렵지 않느냐”는 집행관들의 물음에 “나는 평생을 이교도와 침입자에 투쟁하는 전사로 살았다. 따라서 죽음은 두렵지 않다”고 답했다. 후세인은 손발이 묶인 채 교수대에 오른 뒤에는 코란의 경구를 암송하며 “신은 위대하다”면서 이라크인들에게 용서와 사랑을 구하는 한편 미국에 계속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하디다 판사는 후세인이 자신을 조롱하는 집행관들에 대한 비난을 마지막 말로 남기고 숨졌다고 전했다.

반면 무와파크 알 루바이에 이라크 국가안보보좌관은 “후세인의 얼굴에서 공포를 읽을 수 있었다. 그는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CNN에 말했다. 루바이에 보좌관은 “후세인은 침착하게 교수대로 걸어갔지만, 구호를 외치고 난 뒤 점점 무너져갔다”고 전했다.

후세인은 올가미가 당겨지고 10분가량 교수대에 매달려 있다가, 6시10분께 의사에 의해 사망이 선언됐다. 로이터통신은 처형에 약 25분이 걸렸으며 입회인들은 후세인의 목이 부러지는 소리도 들었다고 전했다. 후세인 사망 직후 시아파가 대부분이었던 정부 입회인들은 춤을 추며 환호를 올렸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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