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기술 제공 물품·서비스 구입“이웃간 믿음·情이 차곡차곡 쌓여요”
‘레츠(LETSㆍLocal Exchange Trading System)’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500개 단체 10만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 대안화폐 운동이다. 당초 실업자들이 자신의 노동력과 기술을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대안화폐를 받은 뒤,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제도로 출발했다. 이후 거래 품목이 육아와 노인수발 등으로 확대되면서 가족문제를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해결해주는 수단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선 1998년 3월 시민단체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이 FM(Future Money)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첫 닿을 올렸다. 이후 불교 환경교육원의 두레, 녹색연합의 작아장터, 대전의 한밭레츠, 구미의 사랑고리은행 등 1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 중 한밭레츠, 과천 품앗이, 사랑고리은행 등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2004년 발족한 사랑고리은행은 400여명의 회원들이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을 꾸리거나 노약자 등 환자를 돌보는 활동을 하고 있다. 1시간의 봉사활동은 ‘1고리’로 간주돼 20여개 가맹점에서 현금 대신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환자를 돌보는 전문 봉사자들의 경우 사랑고리를 현금화할 수 있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이원재 사무국장은 “지방에 노약자들을 돌볼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지역공동체 안에서 서로 돕자는 취지로 활동을 시작했다”며 “거동이 가능한 70대 노인들도 다른 노약자들을 위해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부터 7년째 지속돼 온 한밭레츠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지역 대안화폐 운동이다. 회원 수가 600여명으로 가장 많다. 회원들은 대안화폐인 ‘두루’를 사용해 농산물이나 가사활동 등을 거래한다. 특히 의료 생협인 ‘민들레 의원’은 회원들이 모은 두루를 진료비 대신 받는 등 레츠를 지탱하는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 두 달에 한 번씩 각자 준비해온 먹거리를 함께 즐기는 품앗이 만찬, 회원들이 보유한 다양한 기술과 능력을 강좌 형식으로 전수해주는 품앗이 학교, 가까이 사는 회원끼리 상부상조 하는 동네 품앗이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과천 품앗이는 ‘가족친화 공동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레츠로 평가된다. 거래 품목은 자녀 학습, 예ㆍ체능, 먹거리, 육아, 가사, 이ㆍ미용, 카풀 및 차량 수리 등 비교적 단순한 내용부터 의료, 다도, 편집, 세무 등 전문적인 품목까지 망라한다. 회원들은 1시간의 노동을 제공하고 ‘1만 아리’의 지역화폐를 받은 뒤 자신에게 필요한 품목을 구입한다. 과천 품앗이 운영자 정해련씨는 “학습 품앗이의 경우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넘쳐 날 정도로 인기가 좋다”며 “회원들에게 전문적인 일을 배워 재취업을 하는 주부들도 종종 있다”고 자랑했다.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