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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신년특집/이제는 가족입니다-유한킴벌리의 가족친화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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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신년특집/이제는 가족입니다-유한킴벌리의 가족친화 경영

입력
2006.12.3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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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늦둥이 아들을 낳은 김숙경(35ㆍ여)씨는 임신 당시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임신 6개월 무렵 의사에게서 “유산기가 있으니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출산까지 4개월은 족히 남은 터라 출산휴가를 당겨 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를 위해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김씨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 때 출산 경험이 있는 동료가 “법정 출산휴가와는 별개로 출산 전에 2개월의 휴가를 쓸 수 있는 제도가 있다”고 귀띔했다. 인사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이 제도에 덧붙여 1개월의 질병휴직까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결국 법정출산휴가보다 3개월이 더 긴 6개월을 쉬면서 아이를 순산했다. 그는 “아기는 회사가 나에게 준 선물이나 마찬가지”라며 “복귀 후에도 시간외 근무일정을 미리 알려주는 중 회사의 배려가 각별하다”고 자랑했다.

#2. 17개월 된 자녀를 둔 전양숙(30)씨는 이화여대 동기 66명 중 가장 먼저 아이를 낳았다. 현재 입사 5년차인 그는 아이때문에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생각에 출산을 미룰 생각이었지만, 잘 나가는 상사가 마흔이 다 돼서 애를 낳으러 가는 모습을 보고는 용기를 냈다. 회사의 다양한 가족친화 정책도 전씨의 출산 결심을 앞당기는데 한몫 했다. 회사에서는 전씨의 출산과 육아에 따른 업무공백을 메우기 위해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이 사원은 전씨가 복귀한 후에도 2개월 가량 함께 일하며 업무 인수인계에 차질이 없도록 도왔다. 전씨는 “회사 임직원 모두가 ‘가정이 행복해야

회사도 발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백화점식 출산장려정책보다는 출산과 육아를 회사가 함께 책임지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강 및 위생용품 생산업체인 유한킴벌리는 우리나라 ‘가족친화경영’의 대표주자다. 직원들이 가정생활과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제도와 문화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출산율은 1.89명(2004)년으로 우리나라 평균치(1.16명ㆍ2005년엔 1.08명)를 훨씬 웃돈다. 남성 근로자 수가 월등하기 마련인 제조업체인데도 여성 고용비율이 상당히 높다. 본사의 여성비율은 47%(2005년 말 기준)에 달하고, 공장 근로자까지 합쳐도 15% 가량 된다. 그렇다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강원대 경영학부 정규석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경쟁업체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4배, 설비생산성은 6배 이상 높다. 비결은 바로 가족친화경영이다. 10여년 전부터 ‘가족이 살아야 기업이 살고, 사회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이념을 실천해오고 있는 것이다.

유한킴벌리의 가족친화제도는 너무 다양해 헤아리다 보면 숨이 가쁠 정도다. 우선 일의 성격에 따라 차별적인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생산직은 4일 일하고 4일 쉬는 ‘4조 교대제’, 영업직은 회사에 나올 필요가 없는 ‘현장 출퇴근제’, 관리직은 핵심 업무시간 이외에는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시차 출퇴근제’를 이용할 수 있다.

생산직 사내 커플인 오준영(32), 원선민(30)씨 부부는 재작년 낳은 아이를 키우는데 탄력근무제(4조 교대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남편과 부인이 번갈아가면서 4일 일하고 4일을 쉬다 보니 아이를 24시간 곁에 두고 보살필 수 있다. 부작용(?)이라면 오씨가 대낮에 아이를 안고 쇼핑에 나섰다가 간혹 실업자로 오해하는 따가운 시선을 받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오씨는 “처음에는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선글라스를 쓰고 다닐 정도였다”며 “지금은 주변에서 ‘좋은 회사를 다닌다’며 부러워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유한킴벌리의 가족친화경영 프로그램은 상당히 과학적이다. ‘출산→육아→경력 개발→퇴직 후 생활’이라는 직원들의 생애주기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예컨대 생산직 여직원이 임신을 하면 육체 부담이 덜한 사무직으로 바꿔주고 법정 출산휴가와는 별개로 2개월의 산전휴가를 준다. 의료비와

출산 축하금도 지급한다. 남자 직원도 아내가 출산하면 이틀간의 휴가를 쓸 수 있다. 회사 눈치를 보느라 휴가를 꺼리는 경우는 전혀 없다. 지금까지 남성들의 출산휴가 사용률은 100%. 이 회사에서 출산과 육아 때문에 사내 입지가 좁아지는 경우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부서장은 부하 직원이 임신할 경우 인력대체 계획을 세워 신규채용 업무분담 파견근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한다. 출산 3개월 전과 출산 후 1~2개월 동안 대체인력과 함께 일하도록 배려함으로써 출산 여직원들의 업무 복귀도 돕고 있다.

본사를 포함한 각 사업장에는 임신부와 수유여성을 위한 휴식공간인 ‘느티나무 그늘방’이 마련돼 있다. 육아도 일정 부분 회사가 떠맡는다.

자녀 1인당 연간 100만원을 육아 교육비로 지급하는 것은 기본이다. 육아휴직을 하면 국가지원금(40만원) 외에 20만원을 더 주고 휴간기간도 상여지급기준에 포함한다. 인사 담당자는 “아이를 낳으면 워낙 많은 혜택이 있다 보니 2004년에는 2개월 새 8명이 출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소개했다.

가족친화경영은 출산과 육아 지원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직원은 물론 그 가족까지 거의 평생을 책임지는 수준이다. 자녀가 초ㆍ중ㆍ고교 및 대학에 진학하면 입학 축하금을 주고 학자금도 전액 지원한다. 월 1회 부부대상 사내특강과 사원자녀 야구단 활동, 가족봉사단, 주말농장, 가족데이 등 가족에게 ‘웃음꽃’을 선사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2002년 3월부터는 ‘피톤치드’(phytoncideㆍ식물이 나쁜 세균들에 저항하려고 내뿜는 물질)라는 사원가족 상담제도를 도입해 가족간의 의사소통, 자년 양육 및 교육, 자녀들의 이성교제, 경력개발, 직무 스트레스, 인간관계, 자산관리 등 모든 궁금증에 대해 24시간 상담해준다. 고령화 대책도 빠지지 않는다. 올해부터 정년을 55세에서 57세로 연장하는 한편, 퇴직 전 6개월과 퇴직 후 3개월 가량을 상담과 교육시간으로 할애하고 있다. 그 결과 이 회사의 이직률은 0.2%로 국내 제조업체 평균의 4분의 1 수준이다. 또 신입사원의 74%가 유한킴벌리를 ‘평생직장’으로 여길 만큼 애사심과 충성도가 높다.

생산성 향상과 직원들의 지역공헌은 가족친화경영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은 시간당 생산성 지수가 41.9(시간당

기저귀 4만2,100개 생산)로 미국(37.6) 영국(25.5) 등 선진국의 유아용품 제조공장보다 월등히 높다. 또 직원 1인당 봉사시간은 55.6시간으로 국내 평균(7.4시간)보다 7배 이상 높다.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은 “이제 기업도 근로자 가정이 행복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라며 “가족친화경영은 ‘생산성 향상→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21세기 기업경쟁력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비용 뛰어넘는 성과 ‘대만족’

‘가족친화경영’을 중시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근로자 가정의 복지를 돌보는 가족친화경영이 기업 성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1월 국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기업의 61.2%가 ‘가족친화경영이

기업 성과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직원 만족도 상승에 따른 생산성 증가(60.8%), 이직률 저하로 인한 안정적 인력운용(26.1%),

기업 이미지 개선에 따른 판매 향상(5.6%) 등을 꼽았다.

가족친화경영을 하는 기업의 경우 이직률 감소, 우수인력 증대, 직무만족과 기업 이미지 향상, 근로자 건강증진, 결근 감소 등의

효과가 뚜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이는 외국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독일 헤르티에 재단의 조사 결과, 가족친화기업의 생산성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30% 가량 높았다. 또 독일 연구기관 프로그노스에이지에 따르면 10년 동안 가족친화제도를 운영한 민간 및 공공기업의 3분의 1에서

일자리 22만개 창출, 1시간당 생산성 2.3배 증가, 신생아 100만명 증가라는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 호주 웨스트팩 은행은 6주간의 출산휴가를

시행한 첫 해 여성 이직률이 40.6%에서 17.9%로 격감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도입 중인 가족친화제도는 탄력 근무시간제, 육아휴직, 육아데이, 탁아소, 직원 상담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제도를 비용부담 요인으로만 여기는 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육아휴직을 이용한 직장남성 비율이 1.9%(2004년)에 불과한 것도 현실이

제도를 따라가기엔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대한상공회의소 노사인력팀 김기태 차장은 “기업들이 가족친화경영의 효과를 분명히 알면서도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비용보다는 앞으로 나타날 긍정적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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