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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돼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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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돼지해

입력
2006.12.3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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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 속에서 돼지의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돼지를 가장 먼저 가축화한 것은 중국인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BC 8000년쯤 멧돼지를 길들였고, 지금까지도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다. 그러나 <서유기> 를 보면 저팔계는 은하수를 관리하다가 죄를 짓고 쫓겨나 돼지 모습의 괴물이 되어 사람을 괴롭힌다. 인간은 돼지의 소중한 생명을 끊고 식용화한다. 그러면서 자기 기준으로 돼지의 외양이 우습다고 악역을 시키거나 우둔한 동물로 조롱한다. 돼지가 볼 때 인간은 더 잔인하고 이기적일 것이다.

▦ 영국작가 조지 오웰의 풍자소설 <동물농장> 에서도 두 마리의 돼지가 권력 다툼을 벌인다. 엘리트 돼지 스노볼과 나폴레옹은 혁명에 성공한 후 한동안은 권력을 평화롭게 공유한다. 마침내 나폴레옹이 스노볼을 축출하고 독재자가 된다. 이슬람교도는 돼지를 부정시하여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옛 기록에서 돼지는 다르게 취급된다. <삼국사기> <동국세시기> 등에서는 신성한 동물로 대우 받는다. 돼지는 지신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고, 돼지꿈은 재수 좋은 꿈으로 환영 받는다. 또한 한자어 돈(豚)은 돈(錢)과 음이 같아 호감을 산다.

▦ 우리는 띠에서도 돼지를 번듯하게 대접한다. 2007년은 돼지띠인 정해(丁亥)년이다. 돼지는 12지(十二支) 가운데 열두번 째 동물이다. 돼지띠생은 일에 꾀를 부리지 않으며 목표를 향해 위험을 무릅쓰고 돌진하는 성격이라고 한다. 저돌적(猪突的)이라는 표현 그대로다. 순진하고 열정적이며 인심이 후하고 대범하지만, 화날 때는 공격성이 나온다. 시운은 열두 띠 중 으뜸이라고 한다.

▦ 올해는 ‘황금돼지 해’란 설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태어난 아기는 재물 운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많은 역술인은 이를 상업적 목적에서 나온 낭설로 보고 있다. 정해년의 ‘정’이 붉은 색을 의미하니까 ‘황금 돼지’로 불리는 것 같으나, 특별히 좋을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난해 쌍춘년 결혼열풍이 베이비붐으로 이어질 조짐을 경계하고 있다. 황금 돼지라는 말 자체도 물신숭배 풍조를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교양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過猶不及)’는 공자의 말을 새기는 것이 돼지해의 덕담이 될 듯하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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