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고통스럽고 불안했다. 충격과 허탈, 고단함이 지난 한 해 국민의 비망록을 채웠을 것이다. 그래도 정해년(丁亥年) 새 아침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지만, 새날은 항상 복되다.
2007년은 대선의 해다. 기로에 선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새 대통령을 뽑는 해다. 북핵 위기가 어떻게 결판 날지, 가라앉기만 하던 경제가 반등의 고삐를 잡아 챌 수 있을지가 다 올 한해에 달렸다. 낙관할 수 없는 한 해이지만, 감히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새로운 선택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각계 인사 30명으로부터 다음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을 들었다. 계층, 지역, 이념으로 갈가리 찢겼던 지난 시간을 반영하듯 상당수가 ‘통합’을 주문했다. 소설가 성석제씨는 “지금 우리한테 가장 필요한 건 화합”이라고 했고,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 전희경씨는 “지금 한국사회는 세대간, 체제간 갈등의 골이 치유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대한민국 호(號)는 양극화로 쪼개지고 작전권ㆍFTA 논란으로 갈라져 부유하고 있다. 상대를 인정하며 타협을 이끌어내는 통합의 리더십으로 갈등과 분열을 털어낼 때만 배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경제 회복도 절실한 요구다. 경제성장률은 2002년 7%였던 게 이후 3년 연속 5%를 넘지 못했다. 널뛰는 집값에 서민은 허탈했고, 나아질 기미 없는 실업 사태에 침울했다.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는 높고, 회사원들의 월급 봉투는 팍팍하다. “경제를 살릴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는 아우성에 가깝다.
한국철도 공사 직원 유연삼씨는 “봉급쟁이들이 어깨 펴고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했고, 대한 상의 상근부회장 김상열씨도 “무엇보다 경제 활력을 되찾게 할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들만의 정치에 국민은 피곤했다. 일방으로 흐르는 지도자의 말은 축 처진 국민의 어깨를 더 무겁게 했다. 국민을 편하게 해줄 대통령과 정치가 기다려진다. 영화감독 이준익 씨는 “자기 주장을 강조하기보다 상대방 입장을 더 깊이 생각하는 대통령”을, 개그맨 박준형 씨는 “신문에서 ‘정치가 코미디냐’는 식의 기사는 더 이상 보지 않게 할 대통령”을 기대했다.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교수는 “국민의 다양한 요구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대통령이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서울 영화초등학교 교사 임광택씨의 말은 대선의 해 첫날 아침 모든 이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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