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 전망이 어둡다. 경제성장률은 2006년의 5%에서 올해는 4%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작년의 가계부채 증가로 올해는 소비 부진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35조원이나 늘어났다. 소득 증가는 부진한데 소비는 해야 했고, 여기에다 주택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은 11월까지 23조6,000억원 늘어나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 대출액 잔액은 지난해 10월말 현재 210조원으로 이중 97.8%가 변동금리이다. 주택 거품이 꺼지고 금리가 인상되면 가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이자율이 1%만 상승해도 1억원 대출이면 연간 100만원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2000년 3ㆍ4분기 이래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함께 한국 경제는 국내적으로 두 가지 문제를 더 안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어 출산율이 저하하고 외국인과의 결혼이 급증하는 등 노동력 재생산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또한 중국의 급부상 등으로 세계경제 속의 한국 경제의 위치가 위협당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 침체를 벗어나는 일과 함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의 향상도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심화되어온 세계적 불균형의 조정에 따른 미국경제의 침체와 달러가치 하락이 한국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2005년에 7,258억 달러로 2004년의 6,176억 달러에서 17.5%나 증가했다. 2006년에는 1~9월 5,862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2.3% 증가했고 연말까지 8,0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의 5.8%로 정상적인 국가라면 파산하는 것이 당연하다. 중국과의 무역적자만도 무려 2,016억에 달했고 이 통에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10월 무려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러한 지나친 세계적 불균형은 당연히 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데 해소과정에서 환율변동과 급격한 금융시장 혼란, 그리고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미국경제는 침체에 들어갔다. 주택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에 1.6% 성장에 그쳤고, 올해는 2% 이내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수입을 적게 하게 될 것인데 대미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고 한국경제도 마찬가지다.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도 수출을 위협한다. 작년말 원ㆍ달러 환율은 930원으로 마감했는데 올해에는 900원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현 수준의 환율로도 수출 중소기업의 70%는 한계에 이르렀고, 대기업들도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많게는 1,000억원의 영업이익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원화는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연초에 비해 9%나 절상되었는데 여기에는 단기외자 도입 등 자본수지 흑자로 외환보유액이 경상수지 흑자 이상으로 늘어난 것도 작용했다. 은행 외화대출은 작년 2분기부터 급증하여 잔액이 2005년말 23조원에서 6월말 29조원, 9월말엔 33조원으로 불어났다. 단기 외화차입은 국내외 금리차 뿐만 아니라 장래 환율 추가 하락을 기대한 투기적 성격으로 우리 경제의 리스크를 높이므로 정부는 이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중국 등 아시아의 수출지향 국가는 내수 확대를 통한 국내 성장에 치중하고, 미국은 과도한 소비를 줄이고 수출 증가를 추진해야 한다. 또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감세정책에서 증세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끌어안게 된 중국이 빈부격차와 도농간 격차의 확대 등 국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내수 진작과 경제의 균형발전, 산업 고도화와 대외투자를 지향하는 질적 성장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한국경제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경제 침체의 장기화에 대해 보수적 경제학자들은 노동시장을 더욱 유연화하고 출자총액제한의 폐지와 수도권 과밀 억제조치 폐지 등 규제를 완화하면 투자가 확대되어 성장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처방을 되풀이한다. 성장률이 높아지면 당연히 고용이 확대되고 빈곤층도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바로 이런 경제이론에 근거해 경제정책을 주장하고 있고, 열린우리당도 기본적으로는 같다. 그러나 고용 없는 성장은 우리 국민들이 이미 경험하고 있는 바이고, 설사 고용이 늘어난다 해도 안정되고 적절한 보수가 보장되는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확대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양극화로 소비가 부진해 새해에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고, 수출도 부진할 전망이라면 부도 가능성이 높은 성장을 통한 고용 확대 약속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득 재분배를 확대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다수 국민들에게 좋을 뿐만 아니라 내수 증대로 경제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보적 경제정책을 실현해가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다수 서민들의 정치의식이 노무현 정부의 보수화와 허송세월에 실망한 나머지 상당히 보수적으로 변한 것이 문제다.
장상환ㆍ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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