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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희씨 "항생제 없이 키운 돼지처럼 깨끗한 황금돼지해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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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희씨 "항생제 없이 키운 돼지처럼 깨끗한 황금돼지해 됐으면"

입력
2006.12.3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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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새해는 항생제 없이도 잘 자라는 우리집 돼지들처럼 안전하고 깨끗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충북 진천군 초평면 용산리에서 원산농장을 운영하는 이욱희(41)씨는 돼지해인 새해 벽두유난히 가슴이 설렌다. 자신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無)항생제 돼지 사육기술을 전국 농가에 본격적으로 보급할 작정이기 때문이다. “올해 무항생제 돼지사육 농가를 적어도 100농가까지 늘리고 싶어요. 사육 두수가 늘면 수출길도 열 생각입니다.”

무항생제 돼지는 글자 그대로 항생제를 전혀 쓰지 않고 기른 돼지를 말한다. 새끼 돼지의 폐사율을 줄이고 갖은 질병을 고치기 위해 항생제 사용을 당연시해온 농부들에겐 ‘꿈의 돼지’인 셈이다. 무항생제 양돈을 먼저 시도한 쪽은 유럽이다. 하지만 사료에 항생제를 넣지 않을 뿐, 질병을 치료할 때는 항생제를 쓰므로 유럽산 돼지는 엄밀히 말해 무항생제 돼지가 아니다. 그러나 이씨의 돼지는 다르다. 태어나면서부터 도축될 때까지 항생제를 전혀 접할 일이 없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문제의 답은 자연 속에 있었다. 2002년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면서 애지중지하던 돼지들이 떼죽음을 하자 이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10여년의 돼지 사육 경험을 곰곰히 되짚어보니 항생제에 의한 축산이 한계에 다달았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군요.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작은 질병도 치료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친 거죠.”

항생제의 대안을 궁리하던 그는 벌침의 효능을 발견해냈다. 태어난 지 3일이 안된 새끼 돼지의 배꼽, 콧등, 항문 밑 등 3곳에 벌침을 놓으면 면역력이 페니실린의 1,200배나 높아지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면역력이 높아지니 돼지들이 질병을 잘 이겨내는 건 당연한 일. 그는 사료도 자연에서 얻었다. 옥수수와 콩, 밀 등 20여 가지 곡식에 누룩에서 추출한 천연 물질을 배합해 특수사료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2003년 ‘루쏘 포크’ ‘자연 N 포크’라는 상표로 시장에 첫 선을 보인 그의 돼지고기는 안전한 축산물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와 맞아떨어지면서 비싼 값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연 매출액이 20억원이나 된다. 매년 6,000여만원 넘게 들어가던 항생제 값을 절약하는 것은 덤이다.

그는 돼지 사육에 있어서 무엇보다 환경을 강조한다. 각종 병원균의 침투를 막기 위해서는 청결한 사육장이 필수라는 생각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돼지가 더러운 곳에서도 잘 자라는 가축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돼지는 지능지수가 높고 아주 예민해 지저분한 걸 제일 싫어해요.”

이런 그의 생각 때문인지 7,000평짜리 그의 돼지농장은 사람 사는 집처럼 깔끔하다. 축사에서 악취가 안 난다. 돼지들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동요를 들으면서 사육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축사에서 나오는 분뇨도 버려지는 법이 없다. 항생제를 안 먹고 좋은 환경에서 자란 돼지의 분뇨는 유기물 덩어리다. 축사 옆에 분뇨가 쌓이면 인근에서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는 농민들이 트럭을 몰고 와 돈을 주고 분뇨를 사 간다.

이씨의 소원은 무항생제 축산이 널리 보급돼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식품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각 지역 축산연구소, 농민단체, 농대생 들을 대상으로 무료 강연도 하고 있다. 무항생제 축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도 개발 중이다.

이씨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 ‘안전한 식품’은 세계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최고의 상품입니다. 우리만의 친환경 축산물을 고가에 외국으로 수출하는 날이 곧 올 겁니다.” 그의 돼지해 소망은 환하고 깨끗했다.

진천=글ㆍ사진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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