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은행연합회' 사무총장 장준배씨
외환위기 여파로 퇴출된 5개 은행원들의 모임인 ‘5개 은행연합회’ 4대 사무총장 장준배(49)씨. 1998년 이후 그의 삶은 고단한 퇴출 은행원들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충청은행 본점 차장으로 근무하다 실직한 장씨는 2004년 4월까지 충청은행 재건동우회 사무국장을 맡아 일했다. 돈벌이는 조금 미루더라도 하루 아침에 추락한 과거를 어떻게 해서든 바로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가정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퇴출 8개월 만인 99년 2월 장씨는 부인과 이혼했다. 5년 여를 원룸에서 혼자 지내다 2004년부터 법적으론 이제 남이 된 부인과 다시 살림을 합쳤다. 자식들 때문이다. 10년 새 장씨 가족의 보금자리는 대전 시내 27평 아파트에서 방 2칸 짜리 주택, 그리고 현재의 대전 변두리 2,500만원 짜리 22평 연립주택으로 바뀌었다.
2년 전 생활을 위해 ‘돈벌이’에 나섰지만, 아파트 시행사업을 벌이다 9,800만원의 빚만 졌다. 1억원이 채 안되던 빚은 순식간에 이자를 더해 2억9,900만원까지 늘어났다. 그는 결국 2005년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지난해 8월 면책 승인을 받아 겨우 신용불량의 딱지는 뗐지만 현재 수입이 한푼도 없다. 대학에 다니는 딸 등록금도 친지에게 빌려서 내야 했다.
장씨는 최근 수산업 쪽으로 새 사업을 구상하면서 틈틈이 연합회 총장 일을 하고 있다. “정부의 퇴출 결정은 법률적 근거 없이 이뤄진 뒤 3개월이 지나서야 관련 규정을 만들어 넣은 위헌 행위입니다. 그래서 ‘불법’ 퇴출이라고 하는 겁니다. 헌법소원도 내고 싶지만 여러모로 여건이 안돼 안타깝습니다.”
그는 20년 전 70만원을 주고 샀던 결혼반지를 최근 25만7,000원에 팔았다. “금은방 직원이 흘끔흘끔 쳐다보는 데 몸 둘 바를 모르겠더군요. 아내 패물도 팔아야 할 처지지만 금은방에 다시 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장씨는 “요즘 들어 지난 10년을 허송세월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면서 “무엇보다 자식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k.co.kr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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