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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신년특집/우리에게 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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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신년특집/우리에게 돼지는

입력
2006.12.31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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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지신 중 가장 마지막 동물인 돼지. 돼지에 대한 우리 태도는 이중적이다. 미련하고 탐욕스런 대상으로 천대하면서 부의 상징으로 치켜세운다. 그 효용은 뛰어나지만 쉽게 호감이 가지 않는 생김새 때문에 돼지가 겪어야 하는 운명은 얄궂기까지 하다.

돼지를 일컫는 한자로는 豚(돈), 亥(해), 猪(저), 豕(시) 등이 있다. 한반도에서 돼지가 사육된 것은 수 천년 전으로 짐작된다. 돼지는 체질이 강건해 어떤 기후나 풍토에도 잘 적응하는 잡식동물의 대표주자다. 임신 4개월만에 한번에 8~15마리를 낳기도 하거니와 성장속도도 빨라 다산을 상징한다. 신화에서는 신통력을 지닌 동물, 길상으로 재산이나 복의 근원, 집안의 재신 등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세속에선 탐욕과 게으름, 우둔함을 대표하는 동물이다.

몸무게는 코끼리나 소가 더 나가지만 뚱뚱한 사람을 놀릴 때는 언제나 돼지가 들먹여 진다. 듣기 싫은 소리를 ‘돼지 멱따는 소리’라 했고, ‘돼지에 진주 목걸이’는 값어치를 모르는 사람에겐 보물도 아무 소용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눈 속을 달리는 귀여운 돼지를 상징하는 연하우표를 발행했다. 대만의 중화우체국은 이슬람 국가에 보내는 우편물에는 돼지 우표를 붙이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힌두교가 소를 금기시하듯 이슬람교에선 돼지를 터부시한다. 이슬람국가에서 돼지는 혐오동물로 먹지도 않을 뿐더러 돼지의 상징 자체가 상대에게 모욕을 가하는 표현이다.

돼지가 터부시된 것은 종교 이전의 일이다. 기원전 450년 무렵의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대부분의 이집트인들은 돼지를 치는 사람과 접촉하지도 않았고 혹시 돼지에 몸을 스치기라도 하면 곧장 나일강으로 달려가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뛰어들어 몸을 씻었다고 한다.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사막지대에서의 돼지고기 기피 현상은 나중에 이 지역을 기반으로 융성한 이슬람 문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난해 가장 ‘굴욕’적인 돼지는 황우석 박사의 무균돼지일 것이다. 황 박사의 연구를 위해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에서 사육되던 무균돼지 대부분이 황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실이 드러난 뒤 사업 백지화 등에 따라 살처분됐다. 일부는 도축장으로 보내져 식용으로 판매됐다. 인간의 병을 고치려 나섰던 돼지가 결국은 인간의 허기를 달래는데 만족해야 했던 것이다.

꿈에 있어서 돼지는 상상의 동물인 용과 동급이다. 행운과 재복을 상징하고, 재운을 타고난 아들을 얻는 길몽의 주인공이 돼지다. 돼지가 하늘에서 자기에게 떨어지는 꿈은 뜻밖의 큰 성과를 얻는 것을 의미하고, 돼지떼가 길을 막으면 복권 경매 등에서 횡재할 꿈이다. 돼지가 새끼를 낳으면 가만히 있어도 돈이 굴러 들어오는 꿈이고, 돼지가 눈앞에서 교미를 하면 성공을 예시한다고 한다. 돼지 새끼가 우글거리는 것을 보면 장차 사업가로 떼돈을 벌 아들이 태어날 태몽이다.

하지만 돼지꿈도 꿈 나름이다. 돼지가 죽거나 신음하는 꿈, 돼지가 발톱으로 자기 얼굴을 할퀴는 꿈은 개꿈보다 좋지 않은 징조로 본다.

2007년은 황금돼지해라고 해서 떠들썩하다. 돼지를 지칭하는 한자 돈(豚)은 돈(錢)과 음이 같아 재물과의 연관성을 더욱 높인다. 돼지해를 맞아 모두가 돼지꿈 꾸고 부자 되시길.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100년 돼지해의 역사 '돼지 해엔 무슨 일이?'

▲ 1911년(辛亥년) = 압록강에 철교와 인도교가 놓였고, 일본경찰이 민족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600여 명을 체포한 신민회사건이 일어났다.

▲ 1923년(癸亥년) = 일본에서는 관동대지진이 발생해 6,661명의 조선인이 참살됐다. 전라도 암태도에서 소작쟁의가 벌어졌다. 방정환 등은 <어린이> 잡지를 창간하고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지정했다.

▲ 1935년(乙亥년) = 단성사에서는 최초의 발성영화인 <춘향전> 이 개봉됐다. 심훈의 소설 <상록수> 의 주인공인 최용신과 독립운동가 이동휘, 종두법 보급자 지석영이 타계했다.

▲ 1947년(丁亥년) = 여운형이 좌우합작운동을 추진하다 암살됐다. 서윤복 선수는 4월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25분39초로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 1959년(己亥년) = 조봉암이 진보당사건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9월 한반도를 강타한 사라호 태풍은 849명의 사망ㆍ실종자 등 엄청난 피해를 냈다.

▲ 1971년(辛亥년) = 박정희 대통령은 4월 실시된 제7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서울 대연각 호텔 화재사건이 발생해 165명이 사망했다. 충남 공주에서 무령왕릉이 발견됐다.

▲ 1983년(癸亥년) = 9월 1일 대한항공기가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돼 탑승자 269명 전원이 사망했다. 10월 9일 전두환 대통령이 순방 중이던 미얀마의 아웅산 묘소에서 폭탄 테러를 당해 이석준 부총리 등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북한군 조종사 이웅평 대위가 미그 19기를 몰고 귀순했다.

▲ 1995년(乙亥년) =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 수감됐다. 서울 강남의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50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방선거가 6월 27일 실시돼 지방자치시대가 30여년 만에 다시 열렸다. 4월 28일 대구지하철에서 도시가스가 폭발해 시민 101명이 숨졌다. 전국 50개 종합유선방송국에서 21개 전문채널이 방송을 시작해 케이블TV시대의 막이 올랐다.

▲ 2007년(丁亥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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