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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설] 나라도 개인도 행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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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설] 나라도 개인도 행복해야 한다

입력
2006.12.3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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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해가 바뀌면 새로운 희망 속에 복 많이 받기를 서로 빌어주는 것이 변함없는 인사법입니다. 특히 올해는 근거가 있든 없든 재물운이 왕성한 황금돼지 해라니 그런 바람이 어느 해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이 처한 안팎의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은 탓인지 극복과 발전을 지향하는 마음이 오히려 더욱 절실합니다.

새해를 맞으면서 최근 5년 동안 한국일보가 신년사설을 통해 주장한 것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대통령선거의 해였던 2002년에 ‘새로운 비전이 절실하다’고 지적한 데 이어, 그 다음해 노무현 행정부 출범에 맞춰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고 새로운 출발의 의미와 동참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2004년엔 ‘다시 털고 일어서야 한다’고 실망감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이 심해짐에 따라 ‘균형과 실용으로 갈등을 넘자’(2005),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2006)고 호소했습니다.

다시 대통령선거의 해를 맞은 2007년에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한국일보는 이제 나라와 개인의 행복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그 의미와 조건, 성취방법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려 합니다. 지금 한국과 한국인들은 이유 있게 또는 이유 없이 행복하지 못합니다. 외국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일상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비율이 한국인들은 81%로 세계 1위인 반면, 또 다른 조사로는 행복지수가 178개국 중 겨우 102위라고 합니다.

한국인들의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과 문제는 참으로 많습니다. 먼저 정치부문에서는 실망을 넘은 혐오와 환멸감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노무현 행정부는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인정 받고 평가 받아야 하지만, 국민을 편하게 만들어 주지 못하고 끊임없는 대립과 갈등, 편 가르기를 정착시킨 잘못을 지적 당해 마땅합니다.

타협과 양보는 보기 드물고 균형과 절제를 상실한 채 극한 대립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부정하는 행태는 노 대통령의 재임기간에 특히 심해졌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갈등요인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념갈등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습니다. 그 중심에 노 대통령이 있습니다.

결국 벌어지고 만 북한 핵실험 대응문제나 미국에 대한 태도, 전시작전통제권과 평택 주한미군 이전기지, 한미 FTA협상, 사학법 개정ㆍ재개정을 비롯한 주요 현안마다 이념에 의해 패가 갈리고 사생결단의 쟁투가 벌어집니다. 보수ㆍ진보이념의 정착이나 분화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사회에서, 일견 이념과 멀어 보이는 문제들까지도 이념의 진흙탕 싸움판에 끌려 나와 뒹굴고 있습니다. 이념의 격투기는 다른 격투기와 달리 쉽게 끝나지 않으며 얼른 승부가 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치명적입니다.

아울러, 사소한 문제 같지만 국가 최고지도자의 보기 드문 언사가 나라의 품격은 물론 국민 전체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자존심을 손상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자의적 인사나 공모제라는 알리바이를 통한 우리편 챙기기, 이런 일들은 권위주의의 탈피, 투명사회로의 이행 등 노무현 행정부의 장점과 기여를 가려 버릴 정도로 폐해가 컸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와 국민의 괴리는 “경제는 좋은데 민생이 나쁘다”는 대통령의 말에 집약돼 드러납니다. 국민은 이 말을 “민생이 나쁜데 경제는 좋다고 한다”고 거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의 부동산대책에 대한 반응에서 잘 드러났듯이 시장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뢰 상실은 주요 경제주체들의 무기력과 활력 퇴조로 이어집니다. 수출 3,000억 달러 돌파, 국민소득 2만 달러 육박과 같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잠재성장률의 지속적 하락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은 여전합니다. 폭등하는 부동산값은 내 집 마련의 어려움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10년이 되는 올해, 우리는 그 동안 무엇을 극복했으며 무엇을 청산하지 못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는 외환유동성의 위기에서 금융위기로, 이어 경제위기로 이어졌지만 경제위기는 아직 극복되지 않은 채 금융위기도 여전히 진행중인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경제부문의 도덕적 해이, 빈부문제를 비롯한 양극화현상은 오히려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심각한 청년실업과 꿈을 잃은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은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이 밖에도 많습니다. 행복은 단순히 경제적 여유에 의해 생산되는 공산품이 아니며 그렇다고 정서적 안정과 신체적 안락함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당한 근로와 보상, 공정한 경쟁과 그 결과에 대한 수용, 나와 다른 것들에 대한 이해와 관용, 법과 질서를 준수하는 것이 끝내 더 유리하다는 경험, 이런 모든 것이 흔들림 없고 일관성 있는 사회적 시스템에 의해 보장돼야 합니다. 행복은 사회적 문제이며, 치밀한 준비와 일관된 노력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시스템과 프로그램에 의해 구성원들은 소속된 사회를 신뢰하며 그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정신적 힘의 원천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신뢰의 위기, 무관용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세 살 때부터 신용을 잃었어”라는 개그가 유행하는 것은 괜한 일이 아닙니다. 개그는 한 사회의 오락적 기호(記號)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보다 정부와 정치권을 더 믿지 못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결과, 바다이야기와 같은 도박게임이나 다단계 판매업체 제이유 사건을 통해 드러난 부도덕, 이런 것들이 신뢰 붕괴현상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을 실망시킨 유명인사들의 대필이나 표절처럼 공정한 게임을 방해하는 일도 여전합니다.

나라와 개인이 모두 행복하기 위해 지금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대립과 분열 갈등 반목을 지양하는 화합과 단결 통합 관용의 리더십입니다. 그런 리더십을 바탕으로 새 판을 짜나가야 합니다. 한국은 이제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국가적 정체성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행복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올해 대통령선거는 그래서 더욱 중요합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언론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선국면에서는 갈등과 대립이 더 심해지게 됩니다. 이를 관리하고 해결하는 국가ㆍ사회적 역량을 키우는 데 언론은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합니다. 부정과 비리, 사회적 이완현상을 감시하고 되살아나는 지역주의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그 동안 이 사회가 불필요한 좌편향이었다고 해서 그 반동작용처럼 불합리한 우편향으로 가는 것도 언론은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2005년 신년사설의 일부를 반복 게재합니다. “우리는 진보와 보수의 극한 대립을 완충하는 중도의 힘이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균형적 시각을 갖고 당파를 초월하는 불편부당한 공정언론의 태도를 견지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 대립하는 양극단의 중간에 서는 의미의 기계적 중도가 아니라 이념에 구애 받지 않고 실용주의적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적극적 중도로 비판과 평가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나라도 개인도 행복을 지향하는 사회를 위해 한국일보는 노력하려 합니다. 2007년 새해를 맞아 ‘행복가족, 행복사회’ 캠페인을 전개하고 ‘선진사회로 가는 길’ 포럼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반영입니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변함없이 동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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