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코미디 프로그램을 흉내낸 우스꽝스러운 복장의 배우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검찰이 청구한 백설공주 부검영장을 옆집에서 기각했다고 합니다. 백설공주가 예뻐서 해부해선 안 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어 배우 서너 명이 한목소리로 외친다. "저울이 저울다워야 저울이지."
28일 대검찰청 송년행사로 열린 연극의 한 장면이다. 예상했다시피 '옆집'과 '저울'은 법원을 일컫는다. 영장 기각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을 동화 백설공주에 빗댄 것이다.
주연은 모두 검찰 직원이 맡았다. 관중은 이들의 과장된 몸짓 하나하나에 박장대소하며 갈채를 보냈다. 한바탕 웃고 즐기기에는 그만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씁쓸함이 묻어났다. 법원의 잇단 영장 기각에 따른 검찰의 반발, 감정적인 대응, 거친 언사…. 올 한해 있었던 실사(實事)가 오버랩됐다.
"남의 장사에 소금이 아니라 인분을 들이부은 격이다" "한마디로 코미디다"라는 당시 검찰 간부의 말이 연극에서도 그대로 인용됐다. 극중 검찰 수사관은 "영장이 기각되면 토씨 하나 안 고치고 다시 청구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의 뜻대로 부검을 했더라면 백설공주는 영영 깨어나지 못했을 수 있다. '내 탓'보다 '네 탓'을 앞세우는 것은 신사답지 못하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다. 혹자는 작금의 법ㆍ검 대립이 사법부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한다. 새해에도 법ㆍ검의 대립은 계속될 것이다. 말릴 수도 없고 말리고 싶지도 않다.
다만 감정적ㆍ소모적인 싸움보다는 대승적ㆍ생산적인 토론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큰 바람일까.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사회의 '어른'답게 새해에는 두 기관이 손잡고 한 발짝 나가는 모습을 그려 본다.
사회부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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