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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디지털졸업장 공장

입력
2006.12.2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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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F.노블 지음ㆍ김명진 옮김 / 그린비 발행ㆍ216쪽ㆍ1만2,900원

1997년 여름 미국 UCLA는 가을 학기 전까지 교양ㆍ과학 강좌 3,800개의 웹사이트를 만들어 온라인 강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능력과 학습 속도에 맞춰 원하는 시간대에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학교 측은 선전했다. UC버클리, 노던일리노이대, 로저스대, 메릴랜드대 등 여러 대학이 뒤를 이었다. 그 해 봄, 캐나다 요크대에서는 두 달에 걸친 교수 파업이 일어났다. 대학측이 UCLA와 비슷한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려 하자 교수들이 반발한 것이다.

<디지털졸업장 공장> 은 요크대 교수 데이비드 F.노블의 온라인 교육 비판서다. 노블에 따르면 온라인 교육은 근본적인 교육 과정, 즉 교수와 학생의 대면을 차단하고 교육의 경험을 강의, 과제물, 시험 등으로 분해한 뒤 다시 강좌라는 상품으로 조립하는 상업활동이다. 교수들은 채팅룸, 가상 근무시간, 이메일 등을 통해 학생, 대학 당국자의 문의에 답하고 즉각적, 지속적으로 접근 가능한 존재가 될 것을 강요 받는다. 대학 당국의 교수 통제권이 강해지는 대신 교수 1인당 학생 수의 감소 등 양질의 교육을 뒷받침하는 노동집약적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에는 교육과 훈련이 다르다는 저자의 교육관이 깔려 있다. 교육은 본질상 지식과 자아의 완전한 통합, 즉 자기 지식의 획득을 목표로 하며 그렇기 때문에 대인관계가 매우 중요하지만 온라인 교육으로는 그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교수의 연구 및 교육 성과에 회의를 품거나, 그들을 기득권자로 보는 여론이 적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저자의 주장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다. 온라인 시스템을 거리와 시간의 한계를 넘는 좋은 교육 수단으로 긍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번역자는 국내 사이버대학의 평균 전임 교원이 20명 안팎에 불과하고 교수 대 학생의 비율 역시 매우 높으며 교수의 업무 시간 연장과 노동 강도 증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온라인 교육은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노블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교육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로 삼기에 충분한 책이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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