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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모처럼 만난 어린이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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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모처럼 만난 어린이 연극

입력
2006.12.29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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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에 새싹 보려는 욕심인가, 오랜만에 어린이 연극 동네를 기웃거렸다. 일찍부터 어린이 연극 전문작가와 희곡이 있어야 한다고 뜻 있는 이들은 이구동성 주장해 왔다. 2005년에 비로소 극장과 직접 연계할 수 있는 ‘사다리 어린이 희곡 공모전’이 마련되었다. 그 첫 번째 당선작이 <환상의 지구역> 이다.

‘지구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소풍’이라는 부제를 붙인 이 연극은 신선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엄마의 죽음과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두 아이 소매와 소은에게 어느 날 돌아가신 엄마가 방문한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흐린 별빛과 검은 달을 닦아 시간을 모은’ 엄마는 시간의 꽃을 타고 아이들이 사는 지구를 다시 찾는다. 연극은 아이들에게 속삭인다. 지구가 환상적인 것은 ‘사랑’과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여기에 치매기 있는 이웃 할머니의 사부곡이 섞여든다. 어린이들의 체험과 성장을 중심으로 다루는 것이 어린이 연극의 기본틀이라면 이 연극은 분명 가족극을 지향한다. 말 그대로 3대가 손잡고 함께 볼 수 있는 폭넓은 소재와 보편적 주제를 갖춘 연극을 제작진은 기획한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희곡이 갖고 있는 시각적 발상을 충분히 무대화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환상의 지구역> 이라는 제목이 높여 놓은 기대 효과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지구역’에 대한 공간적 상상은 성마르고, 희푸른 자작나무 숲을 담은 일러스트 배경화는 차디차게만 느껴진다. 가면들로 강제된 인물들은 시각적으로 유형화해 있어서 인물의 깊이를 파고들지 못하고 관습적인 표현 수위에 머물러 있다. 제작 조건이 비교적 낫고, 어린이 연극 만들기에 성의를 기울이는 극단 사다리에서 제작한 작품치고는 안일해 보인다.

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2006년 올해의 예술상’ 연극부문 수상작 5편 중에는 어린이 연극이 한 편 속해 있다(같은 극단의 작품 <시계 멈춘 어느 날> ). 연극계가 어린이 연극의 몫과 가치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데는 어린이 연극에 보다 근원적인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꿈꾸고 상상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생명과 존재에 감응하고 연민할 수 있는 능력을 어린이 연극은 본질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환상의 지구역> 이라는 제목대로 어린이 연극이 ‘지금, 여기’ 우리들 삶을 깊이 긍정하게 할 수 있다면… 하는 소망을 새해를 빌어 품어 본다. 장윤진 작, 김민정 연출, 극단 사다리. 1월 28일까지 사다리 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극작ㆍ평론가 장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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