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주요 그룹의 임원 인사가 '총수 일가 2ㆍ3세'의 승진 및 전면 배치로 마무리되고 있다. 이들은 오랫동안 경영수업을 받아 승진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파격'이라는 수사가 어울리는 만큼 도미노식 '연쇄 승진'이 이뤄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오너 2ㆍ3세의 부상은 유통업에서 가장 활발하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정몽근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아들인 지선(34)씨가 부회장을 맡아 경영을 총괄하게 됐다.
신세계는 정용진(38) 부회장이 두 단계 승진하며 본격적인 경영 승계에 나섰다. 애경그룹도 장영신 회장의 큰 아들인 채형석(45) 총괄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2세 경영구도를 마무리했다.
채 부회장은 1985년 애경산업에 입사한 이후 21년간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채 부회장은 제주항공사 발족, 경기도 분당에 있는 삼성플라자 인수를 주도했다. 신규사업 및 인수합병(M&A)에서 남다른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족간 계열분리가 급속하게 진행 중인 곳에서도 창업 세대의 아들이나 손자들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LG그룹에서 분가한 뒤 후계 구도를 정리중인 GS그룹과 LS그룹이 대표적이다.
GS그룹에서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세홍(38)씨가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다 GS칼텍스 상무로 영입되는 형태로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LS그룹은 구자균(49) LS산전 부사장이 대표이사 겸 사장으로, 구자은(42) LS전선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구 사장은 구평회(80) E1 명예회장의 3남이며, 구 전무는 구두회(78)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기획조정팀 부장도 입사 1년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한진그룹과 현대그룹에서도 2ㆍ3세의 전면 배치가 이뤄졌다. 현대그룹에서는 현정은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U&I 실장(상무)이 전무로 승진했다. 정 실장은 2004년 1월 현대상선에 입사한 뒤 1년 만에 대리, 과장으로 승진했는데 올해 3월에는 U&I 상무로 승진한 바 있다. 현대그룹은 "정 실장에게 경영 전반을 볼 수 있는 자리를 맡기기 위한 포석"이라고 밝혀, 경영승계 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현아(32)씨와 장남인 원태(30)씨도 28일 인사에서 대한항공 상무와 상무보로 각각 승진했다. 현아씨는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99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올해 초 상무보로 승진했다. 원태씨는 올해 초 부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1년도 채 안돼 임원 대열에 올라서는 등 경영수업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1월초 사장단 및 임원인사가 단행되는 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승진여부가 관심거리다. 다른 그룹의 2~3세들이 초고속 승진하는 것에 비해 수년째 상무로 있는 이재용씨는 그 동안 충분한 경영수업을 받아온 점을 감안, 이번엔 최소한 전무로 올라갈 것으로 그룹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로열 패밀리'의 후계자들이 잇따라 승진한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으나, '경영권 조기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내년과 2008년에는 각각 대통령 선거와 새로운 정권 출범 등으로 규제 완화보다는 재벌 개혁에 무게가 쏠릴 가능성이 큰 만큼 주요 재벌마다 경영체제 다지기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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