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행복, 성공…
2006년 출판의 특징은 거대 담론 보다는 개인의 삶에 대한 책이 많았다는 것이다. 역사 인식이나 사회 이슈도 중요하지만, 우리 삶과 직접 관련을 맺는 것은 아무래도 개인의 안락함이라는 사실이 올해 출판계 흐름을 통해 입증됐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는 경제ㆍ경영서와 소설이 각각 25종으로 가장 많이 포함됐다.
소설이 전년(30종)보다 줄어든 반면 경제경영서는 10종이나 증가해 두 분야의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10위 안에 경제ㆍ경영서가 4종이나 들어간 반면 소설은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위) 하나만 포함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 이에 대해 교보문고측은 “금년을 경제ㆍ경영서의 해로 불러도 좋겠다”고 밝혔다. 우리들의>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발행하는 <기획회의> 역시 경제학 열풍을 올해 출판 시장의 10대 뉴스에 포함시켰다. 경제ㆍ경영서의 특징은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대중 경제서가 많고 특히 재테크 서적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한국의 젊은 부자들>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재테크의 99%는 실천이다> <부자만 알고 나는 몰랐던 자산관리법> 등은 경제 현상에 대한 이해보다는 돈 벌기, 재산 불리기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들 서적은 제목에 ‘젊은’ ‘20대’ 등을 집어넣어 과거보다 더 젊은 층을 겨냥했다. 부자만> 재테크의> 대한민국> 시골의사의> 한국의> 기획회의>
올해 출판시장의 대표 아이콘으로는 행복이 거론된다. <행복> <행복한 이기주의자>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 하라>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등이 이 범주의 책이다. <기획회의> 는 이들 도서가 말하는 행복을 ‘철저하게 개인주의적 차원’의 행복이라고 규정한다. 스펜서 존슨이 <행복> 에서 ‘내가 행복해야만 온 세상이 행복해진다’고 적은 것이 이런 흐름을 요약한다. 행복> 기획회의> 행복한> 살아있는> 행복한> 행복>
자녀를 버젓이 키우는 것은 모든 부모의 관심사다. 이를 반영하듯 전혜성의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 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55위에 올랐다. 이 책은 <아이의 천재성을 키우는 엄마의 힘> 등과 함께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부모가 먼저 변할 것을 주문한다. 그런 점에서 이책들은 교육학자들의 지침서, 자신의 양육 경험을 담은 체험서와는 성격이 다르다. 아이의> 섬기는>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 이 교보문고 집계 8위에 오르고 <내려놓음> (38위) <목적이 이끄는 삶> (44위) 등이 100위 안에 드는 등 종교 서적도 약진을 이어갔다. 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을 비롯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3위) <다빈치 코드> (15위) <오만과 편견> (29위) <플라이 대디 플라이> (32위) 등 영화 혹은 드라마로 소개된 원작이 다시 사랑 받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플라이> 오만과> 다빈치> 악마는> 우리들의> 목적이> 내려놓음> 긍정의>
반면 인문학의 침체는 출판에도 반영됐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이덕일의 <조선왕 독살사건> (67위)과 하임 기너트의 <부모와 아이 사이> (90위) 2종만 포함됐을 뿐이다. 또 언론 등을 중심으로 토익 무용론이 제기되면서 전년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14종이나 포함됐던 토익ㆍ토플 서적이 올해에는 8종으로 급감했다. 부모와> 조선왕>
한편 대리 번역과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마시멜로 이야기> 가 올해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배려> (6위) <핑> (19위) 등 비슷한 종류의 우화형 자기계발서도 많이 판매됐다. 핑> 배려> 마시멜로>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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