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으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이 정부에 자동차 특별소비세의 세율 인하 혹은 폐지를 긴급 요청했다.
현대ㆍ기아차그룹 김동진 부회장은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동차 세금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자동차 산업이 국내 경기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는 점도 함께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특소세 감면 등 자동차 관련 조세체제를 간소화하면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소세 인하ㆍ폐지는 자동차 업계의 해묵은 민원이지만, 국내 완성차 업계의 맏형인 현대차가 직접 나서 이를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현재 배기량 2,000㏄ 초과와 2,000㏄ 이하 승용차에는 각각 차 값의 10%와 5%가 특소세로 부과되는데, 세율이 20% 인하되면 중형 승용차의 경우 25만원 내외의 가격 인하 효과가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부진에 따른 부족분을 내수에서 채우기 위해 현대차가 직접 나서 특소세 인하를 요청할 만큼 현대ㆍ기아차의 경영여건이 어려워졌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의 2006년 판매량은 내수(58만2,000대)와 수출(192만대)을 합쳐 당초 목표(269만대)보다 19만대나 적은 250만대에 머물 전망이다.
김 부회장은 "환율 하락과 노조 파업 등 최악의 경영여건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올해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목표 미달의 최대 원인으로 노조파업을 꼽았다.
그는 "6~7월 임금협상 파업 외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비정규직 문제에 따른 정치파업으로 총 11만5,000대, 금액으로는 1조5,000억원 가량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며 "노사관계가 개선된다면 환율이 하락해도 6% 이상의 영업이익률 달성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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