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아무도 열지 못한 새로운 하늘길을 뚫겠다.”
7대륙 최고봉을 등정한 산악인 허영호(52)씨가 2007년의 첫 날, 국내 최초로 초경량 항공기를 타고 경기 여주와 제주를 왕복하는 1,000㎞ 단독비행에 나선다. 이번 도전은 허씨가 산악인, 탐험가에서 다시 모험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신호탄이 된다.
허영호씨는 29일 “오래 전부터 생각해오던 일에 마침내 도전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초경량 비행기로 바다를 건너는 일이 위험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주저해왔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성공 의지를 불태웠다.
그의 도전과 함께 할 비행기는 ‘스트릭 쉐도우’ 기종의 초경량 항공기(ULM). 유럽 미국 등에서는 이 같은 비행기를 이용한 장거리 이동이 드물지 않지만 국내에서 이번 도전처럼 모험적 성격의 비행은 드물다. 80마력의 로텍912 엔진을 장착한 이 초경량 비행기는 무게 225㎏에 날개 길이는 9m에 불과하다. 특히 바람의 영향으로 150~500m의 저공에서 시속 150~160㎞로 날 수밖에 없어 한 차례 비행에 반경 100여㎞를 나는 것이 고작이다.
허씨의 도전은 1일 오전8시 시작된다. 경기 여주군 금사면의 이포 이글비행장을 떠나 화성 공주 전주 상공을 거쳐 담양에서 20~30분 머물면서 연료를 채운 뒤, 다시 목포 완도를 거쳐 낮 12시께 중간 목적지인 제주 성산면의 성산목장에 착륙한다. 제주에서 1시간 머문 후 오후 5시께 최초 출발지인 이포 이글비행장으로 돌아오면서 비행은 마무리된다. 대략 잡아도 1,100㎞가 넘는 거리다.
최난코스는 완도-제주를 가로지르는 80㎞의 바다 위를 나른 것. 초경량 항공기는 자동항법이 아닌 수동으로 모든 것을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기상 변화가 많고 비상 착륙이 어려운 바다를 건너기가 쉽지 않다. 허씨는 “이번 비행의 포인트는 바다를 건너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초경량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넌 사람은 없었다. 예상할 수 없는 바람과의 싸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탐험가로 유명한 허씨지만 그의 어릴 적 꿈은 비행기 조종사였다. 남극점과 북극점, 에베레스트 등 세계 7대륙 최고봉 정복을 모두 끝낸 그는 이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려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7대륙 등정을 마친 1998년 초경량 항공기 조종사 면허증을 땄다. 이후 매년 10차례 이상 창공을 날았고, 2005년에는 비행기로 평양을 다녀오려고 북한측과 협상을 벌이기도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허씨는 지난 6월 비행기를 들여온 이후 집중적으로 이번 비행을 준비했다. 매일 새벽 10㎞ 달리기와 크로스컨트리로 체력을 다졌고, 1주일에 2, 3차례 비행 연습에 매달렸다.
“비행 기술 등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젠 새로운 희망을 품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일만 남았다.” 모험가로서 그의 도전은 끝이 없다. “이번 단독 비행이 성공하면 내년부터 1년 6개월 예정으로 세계일주 비행에 꼭 도전해보고 싶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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