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단면만 보고 살아가는 우리폴 핼펀 지음ㆍ곽영직 옮김 / 지호 발행ㆍ456쪽ㆍ1만8,000원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양 옆과 앞 뒤 그리고 위 아래로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3차원의 공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거기에 시간을 포함하면 4차원이 되는데, 일반인에게는 그 4차원만 해도 어렵고 복잡한 미지의 세계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5차원, 10차원, 11차원 심지어 26차원이라고까지 말한다. 물리학적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이 이런 견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일생의 전부를 동굴 입구 부근에서 지내는 죄수들을 가정했다. 족쇄를 찬 그들은 동굴 안쪽의 바위 벽만을 볼 수 있다. 먼 곳에서 오는 빛이 동굴 벽에 만드는 그림자를 통해서만 세상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동굴 속의 죄수들은 동굴 밖의 실제 세상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세상에는 입체가 아니라 평평한 그림자만 존재한다고 추정할 것이다. 현대 물리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 ‘동굴의 비유’를 통해 우리의 3차원 세상이 고차원 세계의 투영에 불과하다고도 한번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동굴 밖 세계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우리 인류는 동굴 안에 갇혀서 그림자만 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차원에 대한 관심을 과학적으로 촉발시킨 이는 독일 수학자 테오도르 칼루차와 스웨덴 물리학자 오스카 클라인이다. 20세기 초 이들은 세상의 네 힘 즉 전자기력, 중력, 약한 상호작용, 강한 상호작용 가운데 전자기력과 중력을 함께 설명하려다 그것은 자연이 5차원일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력과 전자기력은 5차원의 자연에서야 모순 없이 통합된다는 사실이 이들을 통해 밝혀졌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칼루차-클라인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물리학에서는 그 뒤 여분의 차원을 밝히는 문제가 늘 논쟁의 중심이 됐다. 이제 현대 물리학자들은 대체로 여분의 차원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4차원 이상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감각을 통해 알게 된 자연의 모습을 자연의 실제로 여겨온 인간에게, 감지할 수 없는 고차원의 세계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험하는 공간 밖에 또 다른 공간이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생각했고 때로는 공상과학소설로, 때로는 예술작품으로 그런 고차원의 세계를 표현했다. 조지 웰스의 소설 <타임머신> 이 ‘네 개의 차원이 존재한다. 그 중 세 개는 공간을 이루는 세 개의 평면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다’고 적은 것도 그 중 하나다. 과학자들은 과학자들대로 지금도 고차원의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타임머신>
이 책은 우리의 인식 너머에 있는 차원과, 그것을 탐구한 물리학자들의 이야기다. 초끈 이론과 M이론까지 고차원과 관계된 여러 학자가 등장한다. 고차원 이론과 함께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표준모형 등 다양한 개념을 담고 있다. 고차원 세계의 이해가 쉽지 않듯, 물리학 지식이 부족한 독자에게 책이 단번에 읽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차원에 대한 인류의 상상력과, 그 세계를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 이 책에서 읽는 것은 즐거움이다. 저자는 미국 필라델피아과학대학에서 수학, 물리학 교수로 활동 중이며 여러 권의 교양과학서를 집필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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