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모자를 깊게 눌러쓴 한 젊은이의 전자기타 연주 동영상이 전세계 네티즌들을 흥분시켰다. 대만의 기타리스트 제리C가 고난이도의 록 버전으로 편곡한 '요한 파헬벨의 캐논'을 박자 하나 놓치지 않고 연주해내는 그의 정확한 연주솜씨는 네티즌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연주에 매료된 한 네티즌이 미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www.youtube.com)에 동영상을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 조회수는 1,000만 건을 훌쩍 넘었고, 한 미국 남자아이는 뉴욕타임스에 자신이 그 동영상의 주인공이라고 거짓 제보를 했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전세계에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열풍을 불러온 이 동영상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인 임정현(21ㆍ사진)씨였다.
뉴질랜드에서 정보기술(IT)를 전공하는 유학생이던 임씨는 이 동영상 하나로 뉴욕타임스와 CNN, 로이터 등에 기사가 실렸고, 하루아침에 세계적 명사가 됐다. 네티즌들은 'UCC 스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그에게 바쳤다. 그의 동영상을 전세계로 유포시킨 유튜브는 구글에 1조6,500억원에 인수됐으며, 타임지로부터 올해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됐다.
동영상 UCC의 폭발적 인기는 디지털기기를 통해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려는 신세대 정서와, 대용량 파일을 더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된 인터넷 기술의 발전이 맞물린 결과다.
세계 최고의 초고속인터넷 환경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도 동영상 UCC 열풍은 올해 최고의 화두였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사이트들이 동영상 UCC를 핵심 콘텐츠로 내세우며 네티즌들을 불러모았다. 판도라TV와 같이 아예 동영상 UCC 전문 사이트들도 여럿 생겼다.
동영상 UCC는 임씨와 같은 스타들을 배출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이슈까지 제기하면서 UCC가 그저 단순한 '놀거리'가 아님을 보여줬다. '죽음의 입시 트라이앵글'이라는 동영상은 학교현장을 통해 입시제도와 교육현실을 비판함으로써 큰 호응을 끌어냈다.
또 낯선 사람과 포옹을 통해 사랑을 나누자는 '프리 허그'(Free Hugs) 운동에 대한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전국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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