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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흘려 버리기엔 아까운 10곡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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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흘려 버리기엔 아까운 10곡의 노래

입력
2006.12.29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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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습관처럼 ‘베스트 혹은 워스트’라는 표제를 걸고 한 해 동안 나온 음악들을 정리한다. 올 해 대중음악 시장을 돌아보면 동방신기를 위시한 아이돌 그룹의 인기, SG워너비처럼 가창력이 뛰어난 남성밴드의 도약, 이승철 이승환 등 실력파 가수들의 컴백, 비 세븐의 미국 진출 선언 등 굵직굵직한 흐름이 존재했다. 그러나 몇 년째 불황을 거듭하고 있는 음반 시장과 디지털 음원을 통해 음악을 앨범이 아닌 곡 단위로 구입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베스트앨범보다는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덜 알려졌지만 주목할 만한 싱글 10곡을 골라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내공 있는 뮤지션들의 저력

이승환의 ‘No pain No gain’은 그가 “마지막 정규 앨범”이라고 선언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9집에서 눈에 띄는 메탈 곡이다. 한국적인 멜로디와 미국의 뉴 메탈 사운드를 완벽하게 융합해 올해 가장 강력한 메탈 곡이라 칭할 수 있다.

롤러코스터의 ‘님의 노래’는 보기 드물게 감정의 과잉 없이 애잔한 슬픔을 전해준 곡이다. 기타와 베이스 없이 건반과 드럼으로 구성된 연주와 조원선의 서늘한 보컬은 일상의 고적함을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한다.

이승철의 ‘하얀 새’는 가창력이 있다고 평가 받는 젊은 가수들이 대부분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과 달리, 부드럽게 노래하는 그의 노련함이 두드러지는 곡이다. ‘희야’를 부르던 그의 절제된 창법을 즐긴다면 들어봐야 한다.

다음은 넬의 ‘Good night’. 이처럼 여유롭고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를 가진 록 음악이 대중에게 알려지지조차 못했다는 사실이야말로 한국 대중음악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흔하디 흔한 댄스 곡은 거부

세븐의 ‘Girl friend’는 발라드 곡 ‘라라라’에 가려졌지만 그의 미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상큼한 댄스 곡이다. 노래를 듣다 보면 그가 정말 웃으며 걸어올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가수의 이미지를 음악으로 형상화했다.

엄정화의 ‘Ticket to the moon’은 8집부터 지누 등과 함께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시도해 온 그의 섹시하고 발랄한 색깔이 도드라진 곡이다. 그를 단순히 ‘란제리 패션’ 등 볼거리만으로 승부하는 가수라고 여기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방신기의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마음’은 욕심을 많이 부린 타이틀 곡 ‘O-正. 反. 合.’에 비해 20대 청년 보컬 그룹으로서의 가능성과 역량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동방신기 멤버들의 패기 있는 목소리가 살아있다.

●새로운 발견

리사의 ‘헤어져야 사랑을 알죠’는 “워우워우~”로 시작하는 ‘소몰이’ 창법에서 벗어난 그녀의 정직한 보컬을 느낄 수 있다. 이는 흐느끼지 않고도 감정을 담백하게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블루스에 기반한 음악을 맛깔스럽게 부르는 실력파 여성 가수를 발견한 기쁨이 크다.

에레나의 ‘물빛의 여름’은 한 겨울에도 초여름의 정취를 느끼게 할 만큼 상쾌하고 청아한 기운을 담고 있다. 올해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여성 뮤지션이다.

소규모 아카시아밴드의 ‘입술이 달빛’. ‘쿵짝쿵짝~’거리는 전통 음률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변주한 세공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멜로디언 연주 후에 들리는 나지막한 여성 보컬과 어우러진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나른한 낮잠을 끝낸 뒤의 개운한 느낌을 맛보게 한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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