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증시가 28일 마감했다. 종합주가지수(KOSPI) 종가는 1,434.46. 2005년 말 종가가 1,379.37이었으니 1년 동안 3.99% 상승했다. 한때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장밋빛 환상에 젖을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힘든 시기였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소감이다. 올 한해 증시를 뜨겁게 달군 주요 이슈들을 5개 키워드로 정리해본다.
외국인
올해 증시는 외국인의 한국 주식 내다 팔기를 빼놓고는 얘기하기 힘들다. 외국인들은 올 한해 코스피시장에서 10조7,289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매도세다. 외국인들의 시가총액 보유비중은 지난해 말 39.70%에서 올해 말 37.03%로 3%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신흥시장에서의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이라는 설명이 있긴 하지만 아직도 외국인 매도의 배경은 명확하지 않다. 외국인 매도에 맞서 기관이 10조원 어치 이상을 순매수했던 점도 특기할 만하다.
칼 아이칸
2월 3일, 세계적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KT&G 지분 6.6%를 보유하고 있다고 금감원에 신고하면서 경영참여를 요구했다. 외국계 자본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제2의 SK 사태를 우려하는 증시 안팎의 시선이 집중됐다. 지분확보 경쟁, 사외이사 선임 등 치열한 공방 끝에 KT&G는 아이칸의 의견을 받아들여 8월 ‘주주환원 마스터플랜’이라는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내놓았다. 아이칸은 이 달 초 KT&G 주식을 모두 팔아 1년2개월 만에 1,500억원의 차익을 거둬 철수했다.
삼성
한국투신운용에서 내놓은 이른바 삼성그룹주펀드가 펀드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삼성 계열사에만 투자하는 스타일펀드로 투자대상의 명확성과 차별성이 투자자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신운용의 삼성그룹주펀드 시리즈는 올해 2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괴력을 발휘했다. 수익률도 22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7~10%를 기록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0.33%)을 웃돌았다. 삼성그룹주펀드의 인기에 따라 현대그룹주, SK그룹주 등 유사한 형태의 펀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장하성
8월 23일, 삼성전자 소액주주 운동으로 유명한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고문으로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F)’가 금융감독원에 5% 이상 지분 취득 공시를 냈다. 대상은 태광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 이후 대한화섬과 태광그룹 관련주 뿐 아니라, 저평가 자산주 주가가 잇따라 급등, 하반기 내내 이슈가 됐다. KCGF는 이후 화성산업, 크라운제과 동원개발과 잇따라 지배구조 개선에 합의했고 결국 대한화섬과도 합의를 이끌어냈다.
ELS
주가연계증권(ELS), 섹터ETF(상장지수펀드),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주식 파생상품들이 대거 등장,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증시의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증시의 발전을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다양한 성향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많은 상품들이 나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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