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시카고를 방문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괴한의 총탄에 쓰러진다. 그리고 다신 일어서지 못한다. 경찰은 범인 색출에 혈안이 되고 아랍계 이민자들이 수사 대상에 오른다. 체니 부통령은 다짜고짜 시리아를 암살 배후로 지목하고 군사행동을 검토한다.
인터넷에서나 떠돌만한 가상 시나리오다. 그러나 영화 <대통령의 죽음> (원제 Death of a President)은 부시의 죽음을 실제 현실로 만들어낸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사실처럼 꾸민 허구)인 <대통령의 죽음> 은 미국 대통령의 변고나 부도덕함을 그린 수 많은 극영화보다 선정적이며 도발적이다. 실제 화면을 짜깁기하고, 그 사이에 연출된 영상을 슬쩍 끼워넣음으로써 여느 극영화나 순수 다큐멘터리보다 더 강한 인화성을 지닌다. 대통령의> 대통령의>
‘세계 대통령’의 유고를 다루지만 ‘부시가 어떻게 죽나’하고 호기심 많은 사람이나 가짜 화면을 통해서라도 대리만족을 느끼려는 부시 혐오증 관객들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문제적 대통령’ 부시 한 사람이 죽는다고 해서 반목과 대립, 전쟁의 고통은 종식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9ㆍ11이 그랬던 것처럼 부시의 죽음으로 미국내 아랍계에 대한 탄압은 가속화할 것이며, 전장(戰場)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넘어서 확장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폭력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이를 더 악화시키며 위정자들은 폭력의 악순환을 권력 강화나 국가적 이익을 위해 교묘하게 역이용한다는 것이다. 감독은 현실을 왜곡한 가짜 다큐멘터리로 세상 이면에 감춰진 흉물스러운 진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암살범을 찾아내는 과정에 스릴러 영화기법을 차용했지만 숨가쁜 긴박감을 주진 못한다. 연출 의도가 뻔히 보이는 편집과 연출 장면이 긴장을 이완시키기 때문이다.
제작비는 고작 200만 달러(약 18억6,000만원). 뉴스화면을 최대치로 이용한 저예산 영화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대한 미국사회, 특히 보수층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여론을 감안해 거대 극장체인 두 곳은 상영을 거부했고, 방송사들도 광고 불가 판정을 내렸다. 가브리엘 레인지 감독 등 제작진은 극우 세력의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28일 개봉, 12세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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