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겨울방학을 이용해 ‘고래 잡는’사춘기 소년들이 부쩍 많아진다. “포경수술을 하지 않으면 깨끗하지 않다” “수술하면 성 기능이 좋아진다”는 까닭에서다. “남들 다 하니까…”라는 핑계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주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방명걸 중앙대 동물자원과학과 교수와 김대식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27일 “포경수술은 포피의 33~50%를 잘라내고 신경 말단을 대부분 없애 성기능에 역효과를 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포경수술이 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지난 3년 동안 30세 이상 성인 남성 3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373명 중 255명은 20세 이후 수술했고 나머지 118명은 수술을 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 포경수술을 받은 5명 중 1명은 수술 후 성생활 만족도가 수술 전에 비해 낮아졌다고 답했다.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의 평균 성교시간은 11분으로 포경수술을 받지 않은 남성의 13분에 비해 짧았다. 성교시간이 평균 11~30분이라고 답한 비율은 수술하지 않은 남성의 경우 45%였지만 수술한 남성은 32%로 훨씬 적었다.
자위행위의 느낌도 수술 전보다 나빠졌다는 응답이 48%에 달했다. 방 교수는 “수술받은 응답자 10명 중 1명 꼴로 상처가 생겼으며 이 때문에 발기 시 피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포경은 발기 시 귀두의 포피가 벗겨지지 않는 병리적 현상이며 이 때문에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1%에 불과하다”며 “그런데도 우리나라 의사들은 단지 포피가 귀두를 덮으면 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남성 중 약 60%가, 10대의 경우 90% 가까이 수술을 받았다”며 “반면 전 세계적으로 시술 비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교적 이유로 할례를 받아야 하는 유대교나 이슬람을 빼면 5%밖에 안 된다고 했다. 방 교수도 “유럽이나 일본 등은 포경수술을 거의 하지 않는다”며 “유독 우리만 자궁암과 에이즈를 예방한다는 엉뚱한 이유를 내세운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11월 28일 영국의 비뇨기학 관련 권위지인 ‘영국 비뇨기 학회지’인터넷판에 게재됐다. 서울 홍익북초등학교 동창인 두 교수는 미국 유학 중이던 1996년 포경수술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손잡았고 앞서 관련 논문 2편과 책<우멍거지 이야기> 을 냈다. 우멍거지>
2004년 미국 포경수술정보교육센터가 주는 인권상도 받았다. 이들은 “부모들이 수술을 무조건 시킬 게 아니라 정확히 알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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