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은 안으로는 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투자회사 즉 투자은행(IB)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한편 밖으로는 해외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높이게 된다.
목표의 최정점은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같은 글로벌 IB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국내 증권사들이 골드만삭스가 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한국형 IB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자통법 도입으로 자본시장의 칸막이가 사라지면 국내 증권사들이 대형 IB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그러나 자본확충이 이루어져도 글로벌 IB들이 장악하고 있는 영역에 곧바로 침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만 봐도 우리보다 먼저 대형화에 성공했지만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초대형 IB와 대등하게 겨룰 위치까지는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대형화는 필수적이겠지만 대형화 자체가 생존 전략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결국 해법은 아시아와 같은 좁혀진 틈새시장에서 특화된 무기를 바탕으로 한국형 IB의 성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특히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성장모델로 삼고 있고 시장 규모가 작아 아직까지 글로벌 IB들이 진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형 IB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
동북아와 동남아, 중앙아 등 아시아가 한국형 IB의 공략대상이라면 무기 중 하나로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꼽힌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도로나 항만을 많이 건설할 수밖에 없었던 호주에서는 맥쿼리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성장했다"며 "우리도 외환위기를 거치며 부실채권 처리, 부실기업 인수 등 많은 구조조정 노하우를 쌓았는데 이것도 하나의 특화 분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이미 아시아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자통법 도입 이전에 한발이라도 앞서 뿌리를 내리는 게 IB 성장에 있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증권은 이미 진출한 중국, 베트남은 물론 필리핀, 인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진출을 모색하며 한국형 투자모델의 수출을 꾀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9월 베트남 투자청(SCIC)으로부터 해외 금융기관으로는 최초의 전략적 투자파트너로 선정돼 베트남 국영기업의 민영화 및 구조조정시장 진출을 위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한국증권은 또 올해 업계 최초로 베트남펀드를 내놓아 베트남 자본시장에 진출했고, 이 펀드를 운용하는 한국투신운용은 호찌민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했다.
2003년과 2004년 홍콩과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으로 자산운용사를 설립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도와 중국에도 현지 운용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올해 베트남에 사무소를 냈고 미래에셋증권은 홍콩 사무소를 법인으로 전환 작업 중이다.
국내 금융사 최초로 캄보디아 프놈펜에 사무소 설립인가를 취득한 동양종금증권은 지난달 20일 베트남 호찌민에도 사무소를 설치했다.
전통적으로 해외시장에 강했던 현대증권도 중국에 이어 다른 아시아지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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