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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확 바뀐다] <7·끝>전문가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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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확 바뀐다] <7·끝>전문가 좌담회

입력
2006.12.29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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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내년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자본시장통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시행을 앞두고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법 시행 후 예상되는 금융시장 변화와 과제 등을 짚어봤다.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손복조 대우증권 사장, 최도성 한국증권연구원장, 윤용로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전문가 3명을 초대해 법 시행과 관련한 제반 문제들을 들어본다.

-자통법이란 용어가 아직도 낯선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 법이 도입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최도성 원장 = 법의 도입 배경을 살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중요한 두 축은 자본시장과 은행이다. 한국은 이 두 축 가운데 은행이 자본시장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했다. 자통법은 자본시장을 키워서 이 같은 불균형을 바로잡자는 뜻이 있다.

현재 산업구조의 근간인 중화학 공업은 은행을 통해 자금 조달이 가능했지만, 차세대 성장동력인 하이테크 산업은 그 같은 방식의 자금 조달이 어렵다. 따라서 다수의 투자자가 위험부담을 나누어 갖는 자본시장이 기능적인 측면에서나 규모면에서 확대될 필요가 있다.

고령화의 빠른 진행도 자본시장 발달을 필요로 한다. 은퇴 후를 대비하기 위한 재테크로 낮은 금리의 은행예금은 부족함이 많다. 자본시장이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이처럼 노후를 대비하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손복조 사장 = 국가적으로 볼 때 제조업은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지만, 금융업이나 자본시장은 여전히 많은 점에서 부족하다. 자통법은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취약한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가령 개별 법이 각종 금융상품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까다로운 규제를 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급변하는 자본시장의 환경이나 수요를 따라잡기 어렵다. 자통법은 이 같은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자본시장 전체를 획기적으로 바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자통법 시행으로 자본시장에 빅뱅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향후 국내 금융업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는가.

손 사장 = 증권사가 취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늘어나고, 금융상품의 개념을 기존의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꾸어 다양한 상품이 쏟아질 수 있게 해놓아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날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영국에서는 통합금융법을 통해 금융서비스 간의 장벽을 완전히 허물었기 때문에 이른바 ‘금융 빅뱅’이 일어났다. 하지만 자통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증권사간의 활발한 인수ㆍ합병이나 증권사와 선물, 자산운용 관련 회사를 통합하는 식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 원장 = 나는 조금 긍정적으로 본다. 금융계 전체의 벽을 허문 영국과 달리 자통법은 은행, 보험의 영역을 그대로 남겨두고 있어 엄밀히 말하면 금융계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빅뱅이라고 하는 게 옳다.

우선 엄청나게 다양한 금융상품의 출현을 예상해볼 수 있다. 특히 파생금융상품이나 복합금융상품, 펀드 쪽에서는 창의적인 상품들이 많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증권사들도 금융투자회사로 바뀌면 위탁매매의 비중이 높은 현재의 수익구조를 지양하고 펀드 판매나 채권 트레이딩,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등 각자의 강점을 살린 특화전략을 택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증권사가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IB)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덩치부터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윤용로 위원 = 자통법 이야기만 나오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말하는데 그건 좀 성급하거나 과장된 측면이 있다. 증권사들이 저마다 기존의 지배구조가 있는 상황에서 인수ㆍ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 자통법은 단지 규제를 풀어서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자본시장 발달을 위한 필요조건을 마련해준다는 뜻이다.

투자문제도 마찬가지다. 올 9월말 현재 상장기업의 현금성 자산과 자사주 매입액을 합치면 무려 100조원에 달한다. 과연 이들 상장기업이 자본시장이 덜 발달돼서 투자를 않는 것인가는 생각해볼 문제다. 앞서 지적한대로 산업구조의 전환기를 맞아 자본시장을 푸는 것이긴 하지만 실제로 기업이 투자를 할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자통법이 지금처럼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알려졌다가는 나중에 법 시행 이후 그간 뭐 바뀐 것이 있나 하는 비판기사가 나올까 겁난다.(웃음)

법 자체보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대응이 더 중요하다. 가령 현재 국내의 소형 증권사 중 상당수는 위험부담을 지려고 하지 않는, 증권사답지 않은 증권사가 많다. 앞으로는 그 같은 회사들이 위협을 느끼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 대형 증권사라 해도 중국이나 미국, 유럽 시장에서 외국 IB들과 경쟁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나 동구권의 틈새시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지역IB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손 사장 = 증권사가 자산운용업, 선물업 등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증권사가 기존 자산운용사나 선물회사를 흡수, 합병하거나 다른 증권사와 합치는 식으로 나아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자통법이 목표로 삼고 있는 세계적 IB들도 지주회사 형태로 돼있어 각 계열사가 전문화된 업무를 취급하고 있다.

또 자통법을 통해 증권사가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되더라도 그 같은 상품을 소화할 시장이 생기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최 원장 = 모든 증권사가 몸집을 불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증권사마다 자신의 여건에 맞추어 대형금융투자회사를 추구할 수도 있고,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전략을 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지급결제 허용이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윔블던 효과(개방으로 인해 외국인에게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현상)’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윤 위원 = 그 같은 걱정 때문에 무작정 시장의 문을 걸어 잠그고 버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파생상품 분야 등에서 외국사들이 많은 이익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을 개방하고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이면 국내 증권사들도 충분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급결제 문제는 증권사들도 불만이 크다. 직접 결제망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금융을 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회사의 지급결제는 증권금융에 맡겨진 고객예탁금을 담보로 하는 것이고, 이는 증권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최 원장 = 윔블던 효과가 꼭 나쁜 것인가. 런던 금융시장에서 돈을 많이 버는 회사 중 상당수는 외국계다. 하지만 영국은 그처럼 외국계 회사의 진출로 경쟁력이 높아져 세계적인 금융허브가 됐다. 마찬가지로 국내 자본시장이 외국계 회사들이 들어와 규모가 커지고, 국내는 물론 아시아 지역 기업의 자본조달 창구가 될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닌가.

외국계 IB와 경쟁에서 무조건 뒤쳐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지나친 자기비하다. 그들이 현 시점에서 경험이나 자본, 인력 등에서 우월하므로, 단기적으로는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상장기업의 보유 현금은 물론 수백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이 있고, 약간의 훈련만 받으면 훌륭히 경쟁을 치러낼 수 있는 인적자원이 있다.

-금융투자회사에게 투자, 자문, 자산운용 등 다양한 부문의 겸업이 허용됨에 따라, 각 부문간의 이해상충으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윤 위원 = 현행 증권거래법 내부에도 이해상충 문제는 존재하며, 그 같은 우려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물론 겸업이 허용되면 각 부문 간에 현재보다 더 강한 정보방화벽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융투자회사 스스로가 내부통제시스템을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 법에서는 다양한 규제를 두고 있지만, 각 사가 그보다 더 강화된 장치를 갖출 필요가 있다.

최 원장 = 자통법 안에는 이미 충분한 규제와 처벌장치가 마련돼 있다. 또 금융투자회사도 겸업이 허용됐다고 해서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부정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 같은 행위는 자신들의 신뢰도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자통법 시행에 대비하고 있는 증권업계가 해결하거나 준비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이 있나.

최 원장 =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적시에 출시하는 상품개발능력이 엄청나게 중요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1년 반 가량 남은 법 시행을 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도 상품개발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쌓는 일도 중요하다. 증권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신뢰를 생명보다 귀하게 여겨야 하며, 정부나 언론도 이 부분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윤 위원 = 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금융계 종사자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동북아 금융허브란 국내외를 막론하고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이 우리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자는 것이다. 금융당국으로서도 이를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진행 김상철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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