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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중앙청사 강여형 방호실장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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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중앙청사 강여형 방호실장 정년퇴임

입력
2006.12.29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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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10개월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이면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문을 열어온 ‘대한민국의 대표 문지기’ 강여형(57ㆍ사진ㆍ별정6급) 방호실장이 27일 정년 퇴임했다. 정든 방호원 모자를 벗게 된 그는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을 글썽였다.

1973년 3월 지금은 철거된 옛 중앙청에서 방호원 생활을 시작한 강 실장은 지금까지 31명의 총리를 모셨다. “한분 한분 다 기억이 나지만 특별히 떠오르는 분들이 있습니다.”

강영훈 전 총리는 방호실까지 내려와 직접 격려금을 건넬 정도로 마음씀씀이가 깊었던 분으로 그는 기억하고 있다. 매서운 인상의 이해찬 전 총리는 퇴임을 앞두고 그를 집무실로 불러 차를 권하며 “그 동안 저 때문에 고생이 많았죠”라고 위로하는 다정다감함을 보여주었다.

“방호직으로 처음 모신 김종필 전 총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그 위세가 정말 대단했고, 이한동 전 총리는 아랫사람을 잘 부릴 줄 아는 분으로 기억됩니다.”

그는 또 박태준 전 총리는 출퇴근 때 총리와 장관 전용의 중앙청사 로비 문을 열어 놓으면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며 직원들이 다니는 회전문을 이용했다고 회상했다.

장관으로는 1980년 당시 유일한 여성 국무위원이었던 김옥길 전 문교부장관이 가장 생각이 난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청사 방호원과 환경미화원들을 대신동 집으로 초대해 손수 냉면과 빈대떡을 내오며 “음지에서 고생한다”고 격려해 그를 감동시켰다.

잊을 수 없는 사건들도 많다. 10ㆍ26으로 박 전대통령이 서거하고 12ㆍ12 군사쿠데타와 광주민주항쟁을 거쳐 신군부 정권이 등장한 현대사의 격변을 그는 현장에서 겪었다. “계엄군이 광화문통을 가득 메우고 중앙청사에 들어왔을 때 무슨 일인지 몰라 겁에 질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제 모든 기억을 뒤로 하고 그는 옥조근정훈장을 가슴에 달고 경기 고양시 집으로 돌아갔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준 아내에게 훈장을 바치고 싶습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집 근처 텃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은퇴생활을 즐길 계획이다.

“공직 세태가 많이 바뀌었지만 저는 자식들에게 ‘희생정신과 책임감이 없으면 공무원이 아니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공무원이 된 두 아들이 바른 공직자로 성장하는 것이 그의 마지막 바람이다.

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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