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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BDA 문제에 대한 미국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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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BDA 문제에 대한 미국의 속내는

입력
2006.12.29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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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는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늪에 빠져버린 듯하다. 무려 15개월간의 진통 끝에 힘겹게 다시 열린 북핵 6자회담은 BDA라는 암초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BDA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핵폐기와 관련된 어떠한 논의도 할 수 없다는 북한측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BDA 문제가 다른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중요성을 지닌 사안일 수 있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고자 하는 자세로서는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핵보유국으로 가기 위한 시간벌기용 구실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50개 계좌 15개월 동안 "조사 중"?

그런데 미국이라고 한들 과연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최근 몇달간, 특히 이번 6자회담을 전후해 미국이 보여준 태도는 미국의 문제 해결 의지를 의심케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미국은 지난해 9월 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이후 무려 15개월이 넘게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해 조사를 벌였건만 아직까지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의 6자회담 재개 직전에 미국이 BDA 동결자금 중 합법자금과 불법자금을 구분하고 합법자금에 대해서는 동결을 해제해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돌았으나 이는 결국 불발로 끝났다.

그래서 다시 의문이 고개를 든다. 조사를 못 끝내는 걸까, 안 끝내는 것일까. 대체 불법자금을 찾아낸 것일까, 못 찾은 것일까.

아니면 조사는 끝났고, 활용 방법을 가지고 고민을 하는 것일까.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북한의 핵폐기를 끌어내기 위해 레버리지로 써먹을 궁리를 하는 것일까. 그래서 시간 끌기 작전을 펴는 것일까.

물론 미국측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합법과 불법을 가려내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수기(手記) 장부를 해독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조사 대상인 구좌 수는 50여 개에 지나지 않는다. 금액도 2400만 달러에 불과하다. 그것을 조사하는데 15개월 가지고도 모자란다? 금융에 대해 아무리 문외한이라도 일단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면 의문은 의혹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억측을 낳는다. 급기야는 오해로까지 발전한다.

미국은 진퇴양난의 함정에 빠진 것일까. 의기양양하게 조사에 착수했는데 막상 전부 혹은 일부에 대해 불법자금의 증거를 찾아내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걸까.

아니면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것일까. 겉으로는 핵폐기 문제와 BDA 문제를 분리한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핵폐기 협상의 무기로 BDA를 이용할 요량으로 불법자금의 증거는 등 뒤로 감춘 채 북한에 대해 미국판 버티기 작전을 하는 걸까.

● 시간 끌면 미국도 명분 잃는다

미국은 급할 게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을 끌수록 잃게 되는 것은 분명 존재한다. 그것은 대의명분이요, 국제사회의 지지다. 게다가 미국이 BDA 조사를 지연시킬수록 역으로 북한을 도와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자신들이 그토록 비난해마지 않던 북한과 사실상 동격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북한의 책임을 경감해 주고 자신들이 그만큼 책임을 새롭게 짊어질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BDA 조사결과 발표 문제에 관한 한, 시간은 미국의 편이 아니다. 미국이 발표를 미루면 미룰수록 불필요한 억측과 오해는 눈덩이처럼 커져갈 뿐이다. 미국이 진정으로 바라는 게 과연 이런 것일까.

양문수ㆍ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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