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 표명일(31)은 요즘 살맛이 난다. 20년 농구인생에서 이처럼 잘 나갔던 적이 없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표명일은 27일 전주에서 벌어진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전에서 팀 내 최다인 17점, 6어시스트, 7리바운드를 올리며 70-63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12일 창원 LG전에서는 올 시즌 국내선수 최다인 40점(3점슛 10개)을 쓸어 담았다.
표명일은 28일 현재 팀이 치른 25경기 가운데 24경기에 나와 평균 9.79점, 3.83어시스트, 3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KCC 허재 감독은 “올 시즌 들어 표명일의 플레이에 부쩍 자신감이 붙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98년 명지대를 졸업하고 부산 KIA(현 울산 모비스)에 입단한 표명일은 2002년 8월 KCC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이상민 추승균 조성원(현 천안 국민은행 코치) 등 쟁쟁한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식스맨을 꿰차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다. 지난해까지 6시즌(상무 2시즌 제외) 평균 3.9점, 1.6어시스트, 2.2리바운드가 고작이었다.
만년 식스맨이던 표명일에게 올 시즌 기회가 왔다. 시즌 초반 포인트 가드 이상민이 허벅지 부상으로 코트를 비운 데 이어 주포 추승균마저 발목을 다쳐 한달 가까이 결장했다. 이상민이 없을 땐 포인트 가드로, 추승균의 결장 때는 슈터로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데뷔 후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는 표명일의 목표는 뭘까. “아직은 (이)상민이 형과 (추)승균이 형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 힘들지만, 곧 좋아질 겁니다. 팀이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게 유일한 목표예요. 지난 여름 고생한 게 아까워서라도 포기할 순 없습니다.”
28일 현재 KCC는 꼴찌로 처져 있지만 6위 원주 동부와의 승차가 3경기에 불과하다. KCC는 “언제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며 6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데뷔 9년 만에 활짝 꽃을 피운 표명일이 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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