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고건 전 총리의 지지율 변화 여부와 관련, 일단 상승 효과는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일부 조사에선 하락 조짐이 보여 주목된다. 두 사람의 대결이 여론에 반영되려면 좀더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견해가 많지만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만 본다면 고 전 총리가 노 대통령과의 대결로 이익을 보지는 못한 셈이다.
한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23,26일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은 12~14% 가량으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 같은 방식의 조사에서 16% 가량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소폭 하락한 것이다. 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40% 가량으로 일주일 전보다 약간 더 상승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은 17~19%로 나타나 약간 하락 또는 정체 현상을 보였다.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번 조사에 두 사람의 대결 영향이 직접 반영됐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이번 사태가 즉각적 반응을 유발하기는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에 내년 초쯤 정확한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CBS-리얼미터가 26일 성인남녀 7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고 전 총리 지지율 하락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고 전 총리 지지율은 일주일 전 같은 조사에 비해 3.9% 포인트 하락한 9.8%에 그쳐 처음으로 10%대 아래로 떨어졌다.
고 전 총리의 차별화 시도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치권의 전망과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오히려 노 대통령의 고 전 총리 비판 발언이 고 전 총리의 국정운영 능력 이미지를 훼손함으로써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측은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고 전 총리는 이날 주역에 나온 ‘雲行雨施(운행우시ㆍ구름이 움직이니 시원하게 비가 뿌린다)’를 내년 신년 화두로 제시했다. 고 전 총리가 추진하는 통합신당을 염두에 둔 화두다. 고 전 총리는 또 이날 김포의 한 해병 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노 대통령과 역대 군 수뇌부가 갈등하고 있는 와중에 고 전 총리가 군심(軍心) 끌어안기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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