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한국 축구를 논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딕 아드보카트와 핌 베어벡이다.
이들은 비틀거리던 한국 축구가 마지막 대안으로 선택한 카드였다. ‘용장’형의 아드보카트와 ‘지장’형의 베어벡은 이상적인 조합으로 보였다. 두 사람은 2004년 11월부터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표팀을 거치며 호흡을 맞춰온 경험이 있었다. 또 베어벡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를 보좌해 4강 신화를 일궈 어떤 외국인 지도자보다 한국 축구와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4-3-3 포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대표팀에 도입했고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주전으로 기용하는 등 한일월드컵 이후 ‘매너리즘’에 빠졌던 한국 축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결국 독일월드컵에서 목표로 했던 16강 진출을 이뤄내는 데는 실패했다.
독일월드컵 16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전적으로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지울 수는 없다. 부임 후 월드컵까지 시간이 얼마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론적이지만 그가 내린 결정 중 ▲독일 입성 전 스코틀랜드 전훈의 적절성 ▲토고전에서의 전술적 결정 ▲일부 선수들의 편중된 기용 등은 문제가 없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어쨌든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임기를 마친 뒤 이호와 김동진을 대동하고 러시아 제니트 감독으로 부임했고 그의 바통은 3년 동안 그와 동고동락했던 핌 베어벡이 물려 받았다.
네덜란드인으로서 네 번째로 한국 축구의 사령탑에 앉은 베어벡 감독이 주창하는 축구는 ‘생각해서 이기는’ 것이다.
청소년대표팀을 제외한 각급 대표팀의 전권을 잡은 베어벡 감독은 유망주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기용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고 도하 아시안게임 우승 등의 단계적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취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베어벡호’를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팬들은 내년 베이징올림픽 지역예선과 아시안컵 본선에서는 ‘생각해서 이긴다’는 베어벡 축구의 요체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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