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열 달이 됐다. 신문 글을 써본 경험이 적어 처음엔 주제와 스타일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막막했다. 토막글이지만 거의 매일 쓸 일도 걱정이었고. 막상 글 몇 개가 올라가고부터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너무 가벼워졌다고나 할까).
요즘 읽고 있는 안드레이 벨르이의 아주 두툼한 장편소설 <페테르부르크> 는 이렇게 시작된다. "아폴론 아폴로노비치 아블레우호프는 아주 고귀한 가문에서 태어났다. 페테르부르크>
그의 선조가 아담인 것이다." 이 난을 이런 식의 에스프리로 채우고 싶었건만, "모든 것을 단절시키는 악명 높은 단어 '갑자기'" (역시 <페테르부르크> 에서)에 엉성하게 기댄, '생활수필'에 그친 글이 많았다. 시시한 얘기를 콜콜히 늘어놓은 글에 종종 실망했을 독자께는 죄송함을, 얄팍한 글임에도 격려해주신 독자께는 송구함을 전하고 싶다. 페테르부르크>
(특히 김정환 시인, 과분한 칭찬에 주책없이 기뻤답니다!) 그러나 드문 격려 바깥의 깊은 침묵이 너그러운 형태의 비판이었으리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으!
그동안 즐거웠다! 벌써 끝나나 아쉬운 한편 대충 무사히 지난듯해 다행스럽다. 호의적이었든 비판적이었든 독자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읍시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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