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력 기업들에게 내년은 올해보다 한층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다시 나왔다. 한국일보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39명을 대상으로 경영계획을 물어본 조사에서다.
국내투자 여건의 악화와 환율ㆍ유가 등 주요 변수의 급등락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는데 내년에도 공격적 경영은 엄두를 내지못하고 수익성도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하니, 고단한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서민층은 그저 답답한 노릇이다.
이번 조사에서 확장전략을 펴겠다고 응답한 CEO는 5%에 불과했고, 대부분 수성(守成)과 내실 위주의 수익경영에 치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41%는 설비투자 계획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으며, 25%는 올해 수준에 그치거나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그나마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기업 중에서도 절반은 해외투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투자 부진은 곧바로 고용 감소로 연결된다. 신규 채용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힌 기업은 전자ㆍ조선ㆍ금융 등 호황을 누리는 10%에 불과하다.
엊그제 나온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가 내년의 일자리 증가규모를 25만~28만개로 전망한 것은 CEO들의 어두운 경영여건 평가를 잘 보여준다. 대기업이 이런 정도이니 모든 면에서 열악한 중소기업이 감내해야 할 시련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일본과 중국이 경기과열을 걱정할 만큼 성장가도를 달리고,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이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고 있는데, 우리만 기업의욕이 바닥이니 솔직히 두렵다.
결국 이런 상황을 초래한 책임도, 현상을 타개할 의무도 정부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오늘 청와대에서는 30대그룹 총수와 중소기업 대표가 참여하는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회의가 열린다고 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4대그룹 총수와 만나는 별도 일정도 예정돼 있다. 기업인 사면이 늦춰진 배경을 설명하고 투자를 독려하려는 뜻 같은데, 백마디 말보다 한 두개라도 정부의 친시장적 의지가 담긴 구체적 선물을 내놓는 게 옳다. 코리아는 몰라도 삼성전자는 아는 세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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