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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다른 기형들의 '사적인 풍경'/시인 강정의 본보 연재물 '나쁜취향'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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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다른 기형들의 '사적인 풍경'/시인 강정의 본보 연재물 '나쁜취향' 책으로

입력
2006.12.29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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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기만 하자면 새는 좌우의 날개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양 날개를 지닌 새는 주목 받지도, 세상을 달리 보기도 힘들다. ‘정상’이니까! ‘당연’하니까! 만일, 날개가 상하로 달렸다면, 또 한 개 혹은 세 개나 네 개가 달렸다면 어떨까. 기형이어서 배척해야 할까. 엉뚱한 날개는 엉뚱한 방향과 궤도로 날며 새로운 비행운을 그려낼 것이고, 세상을 달리 보고 , 다른 풍경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이다. 강정(사진) 시인이 선택한 문화 공간의 기형(奇形)들, 그 기형들이 선사하는 문화의 다른 풍경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2005년 1월부터 13개월간 한국일보에 연재한 <강정의 나쁜 취향> (랜덤하우스ㆍ1만원)이다.

문학, 음악, 미술, 비평 등 그의 글은 문화 전반을 가로지르며 낯선 풍경들을 펼쳐 보인다. 세상과 “잘 싸운” 가수 전인권, “삶의 에너지로 폐쇄회로의 그물을 찢”었던 배우 장궈룽(張國榮), “영원한 미래의 육체”리샤오룽(李小龍) 등 우리가 알던 스타들에 대한 우리가 모르던 ‘새로운 미학’을 전한다. 또 음악집단 <쌍깃 프렌즈> , 파울로 솔레리의 대안적 미래 공간 <아르코 산티> 등 우리가 알면 좋을 ‘새로운 가치’들을 선뵌다.

<나쁜 취향> 의 감성은 다분히 사적이다. 저자의 고백에 따르자면 “순전히 내 멋대로의 미감과 취향에 근거”한 글이라는 의미다. 내장한 문화적 지식의 층위 역시 사뭇 깊고 넓다. 그래서 그의 글이 살짝 불편하고 억지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적어도 그의 글은 이맘 때의 캐롤송처럼 어디서나 들리는 ‘정상’적이고 ‘당연’한, 그래서 특별히 주목하지 않아도 좋을 메시지는 없다는 점이다. 저자는 43편의 글을 통해 각각이 지닌 취향의 ‘나쁜’ 층위들을 가로지르고 소통하며 매혹적인 취향의 해방구를 구축한다.

후기에 그는 “연재하던 동안 20세기 말의 10년 동안 마셨던 양의 두 배만큼의 술을 마셨다”고 적었다. 소통에의 갈증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 갈증은 강정 자신이 느낀 갈증이면서, 그가 글과 그림과 영상과 음악을 통해 교유한 저 많은 ‘나쁜 취향’들의 갈증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도 목말라 하고 있을 것이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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