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까지 마무리 지어야 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연말까지 긴 터널을 빠져 나오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이 28일 한미 FTA 체결을 위한 한국측의 반덤핑 등 무역구제 절차 개선 요구에 대해 수용거부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한국측으로서는 내년 협상 진전을 위한 모멘텀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무역구제 분야는 우리 산업계가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만큼 협상 자체뿐 아니라 국내에서 한미 FTA 체결 추진을 위한 명분마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재협의와 한국의 의약품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등 협상을 앞두고 큰 걸림돌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핵심 분야인 무역구제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내년 1월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한미 FTA 6차 협상은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이날 미 의회에 제출한 한미 FTA 협상 무역구제 관련 보고서는 일단 외교부의 반응처럼, 전체협상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는 일말의 싹을 잘라 버렸다는 점에서 “극히 실망스러운 것”으로 평가된다. 무역구제 분야에서 협상의 진전은 이른바 핵심 쟁점 분야인 자동차와 의약품 분야에서 한미 양국간 주고받기식 ‘빅딜’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예상돼왔다.
연말 무역구제 분야에서 미측이 일정 수준 양보의 결단을 내릴 경우 내년에 열릴 6차 협상에서 한국측이 배기량 기준 세제 개선과 다국적 제약사에 대한 보험약가 결정과정 참여 폭 확대 등 자동차와 의약품 분야에서 양보안을 미측에 제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우세했다. 또 미측은 자신들의 요구인 자동차 세제 개선의 진전여부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하 폭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돼왔다.
마침내‘감이 익어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측이 최근까지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는 ‘수용불가’로 나왔고, 무역구제 분야에서 협상이 지체됨에 따라 다른 쟁점들의 입장차를 줄여나가는 것마저 힘들어져 협상 전체의 흐름이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그러나‘계속 협상을 하겠다’는 미측의 예(禮)를 갖춘 수용불가 입장을 놓고,“아직은 협상여지가 남아있다”며 한 줄기 희망을 거는 시각도 있다.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제출된 보고서는 법률 개정을 필요로 하는 다른 요구를 우리 측이 제시하거나 기존 요구의 문구를 수정하는 방식 등을 통해 협상을 계속 진행하자는 것이라는 게 미국측 설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5가지 반덤핑 절차 개선 요구 중 양국 간 무역구제위원회 설치를 뺀 4가지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미측이 무역구제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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