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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회적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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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회적 자본

입력
2006.12.29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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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거리로 유명한 뉴욕 5번가에는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시장도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두 평 짜리 점포가 3,000여 개나 밀집해 있는 이 곳에서 거래되는 다이아몬드는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90% 이상이 유대인인 상인들은 품질확인이나 가공을 위해 무수한 다이아몬드를 주고 받으면서 놀랍게도 아무런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상대방이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가짜나 저질 제품으로 바꿔치기할 위험성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상인 간의 이러한 절대적 신뢰관계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원천이다.

▦ 과거 경제학에서는 공장 같은 물적 자본과 기술 같은 인적 자본을 생산요소의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여기에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추가됐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신뢰와 규범, 시민적 연대와 참여 같은 공동체적 가치들이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개념을 처음 제기한 하버드대학의 로버트 퍼트남 교수는 1960년대 이후 미국 사회에서 모든 자발적 결사체의 참여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지목하며 미국의 건강성을 지탱해 온 시민 참여문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의 논문 제목은 <나홀로 볼링(bowling alone)> 이었다.

▦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사회적 자본의 실태를 조사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가 공개됐으나 그 결과는 낯이 뜨거울 정도다. 정부와 정치권을 생면부지의 사람보다도 믿지 못하고, 국민의 70%는 '공직자의 절반은 부패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불신이 지배하는 사회적 자본의 부재상태인 셈이다. 2001년에 실시된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 Survey) 결과에서도 한국의 사회신뢰 지수는 2.7점으로 스웨덴(6.6), 일본(4.3), 미국 (3.6)에 크게 뒤처졌다.

▦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일찍이 한국을 '저신뢰 사회'로 지목한 미국의 역사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저서 <트러스트> 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신뢰는 거래비용을 줄이고 분업과 협동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신뢰가 높은 사회일수록 더 발전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저신뢰 사회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고까운 얘기지만 부인하기 어렵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한 자리 숫자로 나타나고, 기업주와 노동자가 서로를 의심하고, 학생이 교사를 따르지 않는 게 오늘 우리 사회 모습이 아닌가. 투명하고 수평적인 사회가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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