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과 꼴찌는 종이 한 장 차이.’
학생들이야 꼴찌가 일등까지 올라가는 것이 어렵지만 투자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최근 예를 봐도 2005년에 세계 모든 주요시장 가운데 상승률 1위를 차지했던 우리 시장이 2006년에는 43개 국 중에 41위에 그쳤다. 2005년 성적만 믿고 한국 시장에 투자했던 투자자라면 상당히 실망했을 결과였다.
펀드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해 잘 해서 1위를 했던 펀드가 갑자기 난조에 빠져 허덕이다가 급기야 최하위권으로 떨어지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성적이 워낙 좋다 보니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입장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려는 욕심이 생기고 이런 강박 관념이 무리수를 두게 만들 수 있다. 시장 상황이 갑자기 변해 한해 동안 수익의 원천이었던 주식들이 갑자기 펀드 수익을 까먹는 주범이 될 수도 있고, 성적이 괜찮아 펀드매니저가 다른 회사로 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펀드가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이런 점을 이용한 투자도 있다. 한 해 전 성적으로 투자할 펀드를 결정하는데 특이한 것은 성적이 좋았던 펀드가 아니라 거의 꼴찌권에 있는 펀드를 택한다는 점이다. 이런 펀드의 경우 매니저 뿐 아니라 운용회사가 사활을 걸고 덤비기 때문에 다음해 화려하게 부활하는 경우가 많다. 이쯤 되면 정말 기발한 역발상이지 싶다.
좋은 펀드를 선택하는 방법과 관련해 여러 얘기들이 있다. 누구는 운용하는 매니저를 잘 살펴보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운용회사의 철학이 중요하다고도 한다. 말이 쉽지 일반투자자 입장에서 매니저가 어떤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안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경우 운용회사에서 특별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회사도 많지 않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해당 펀드가 몇 년간 어떤 성적을 올렸는지를 보는 것이다. 한해 일등하고 다음해 꼴지를 하는 펀드는 최악이다. 가장 좋은 경우는 일등은 아니더라도 매해 상위권에 들어있는 펀드를 고르는 것이 좋다. 그만큼 운용이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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