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별 매출액이 10조원, 영업이익이 1조원 정도인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를 먹여살리는 대표적 기업이다. 그러다 보니 양성자, 중성자와 함께 원자세계를 구성하는 입자 중 하나인 전자(電子)는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그에 비하면 양성자(陽性子)와 중성자(中性子)는 그들의 중요성에 비해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것 같지 않다. 삼성전자처럼 삼성양성자나 삼성중성자라는 기업이 있다면 양성자와 중성자의 대중화에 기여했을 텐데 자못 아쉽다.
● 電子 주고 받아서 만들어지는 소금
그런데 왜 삼성전자는 있는데 삼성양성자나 삼성중성자는 없는 걸까? 그 이유는 원자의 구조에 관련되어 있다. 태양계의 중심에 태양이 있고 바깥쪽 텅 빈 공간에 행성들이 돌고 있듯이 원자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는 중심의 핵(核)에 들어있고 전자는 외곽에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전자는 양성자나 중성자의 2,000분의 1 정도로 가볍기 때문에 쉽게 돌아다니면서 열이나 전기를 전달한다. 그래서 자동차를 위한 도로망처럼 전자가 다닐 회로를 잘 설계하면 컴퓨터, TV 등 온갖 전자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원자의 외곽에 자리잡은 전자는 각종 전자제품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삶 자체를 가능하게 한다. 왜냐하면 우리 몸에 들어 있는 100조 곱하기 100조 정도 개수의 원자들은 전자를 통해 화학결합을 이루어 생명의 기본이 되는 DNA, 단백질, 탄수화물 등 화합물을 만들고, 이들 화합물이 모여 세포와 조직을 이루어 궁극적으로 인체가 되기 때문이다.
원자는 어떻게 전자를 통해 화학결합을 이룰까? 두 개의 원자는 각각 전자를 하나씩 내놓고 그렇게 모인 두 개의 전자를 두 개의 원자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방식으로 결합을 이룬다.
1억원을 저축한 남자와 1억원을 저축한 여자가 결혼해서 새 살림을 차리면 1인당 평균 재산은 그대로 1억원이지만 공유(共有)의 결과로 2억원 재산의 안정한 가정을 이루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런 전자 공유의 원리 덕분에 우리 몸을 포함해서 우리 주위의 물질 세계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우리 몸에는 전자를 공유하는 대신 자기의 전자를 완전히 다른 원자에게 내주어야 행복해지는 원자들이 일부 있다. 소금에 들어 있는 나트륨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우리 몸에는 약 100그램, 그러니까 큰 숟가락 두 개 정도의 나트륨이 들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자신의 전자를 하나씩 내주고 나트륨 이온(Na+) 상태로 존재하면서 여러가지 건강에 필수적인 생리작용을 수행한다. 주는 자가 있으면 받는 자가 있게 마련인데 소금에서는 염소 이온(Cl-)이 전자의 수혜자인 셈이다.
그래서 반짝이는 금속 나트륨이 유독한 염소 기체를 만나면 폭발적으로 반응해서 극적인 변화를 통해 우리가 하루도 없이는 살 수 없는 소금을 만들어낸다. 오죽 소금이 소중하면 고대 로마에서는 소금(salt)으로 샐러리(salary)를 주었을까.
● 새해에는 공유와 호혜의 관계를
소금은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음식에 맛을 내려면 적당한 양의 소금이 필수적이다. 세상에서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서로 주고 받는 공유와 호혜(互惠)의 관계이다. 그러다 보면 자칫 삭막해지기 쉬운 세상에 맛을 내는 것은 성 프랜시스나 테레사처럼 자신을 모두 비우는 사람들과 그들의 희생정신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다.
한 해 동안 나는 얼마나 남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내놓고 세상의 소금 역할을 했나, 부끄러운 마음으로 돌이켜보는 세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소금이 없다면 음식이 맛을 잃듯이, 소금이 없는 세상은 살 맛이 없고 자칫 부패하기 쉬우니까.
김희준ㆍ서울대 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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