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안산의 모 중학교에서 벌어진 학교폭력 동영상 사건은 오늘 우리 청소년들이 겪는 학교폭력의 실상을 그대로 전해주는 충격적 사건이었다.
● 허울 뿐인 예방법, 정부 대책
한명의 여중생을 네명이 집단으로 구타하고 옷까지 벗겨서 수치심을 갖게 한 전형적인 학교폭력이었다. 최근의 학교폭력은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발표한대로 초등학교 5, 6학년생에 이르는 저연령화, 여학생 폭력 증가, 신고할 수 없는 학교 분위기 등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그 외에도 이번 사건처럼 학교폭력과 성폭력, 그리고 휴대폰을 이용한 사진ㆍ동영상찍기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폭력과 성폭력 피해자들이 정작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는 피해 정도가 아니라 당할 때의 수치심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생활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서 피해를 입기 때문에 이로 인한 수치심과 절망감이 대부분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러한 모습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혀 학교게시판이나 인터넷에 얼굴이 드러난 채 유포되었을 때 그 충격이 어떠할까 하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번 사건은 바로 학교폭력과 성폭력 그리고 모바일, 인터넷 등의 미디어폭력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사례다.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형태가 급속히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1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법률에는 피해자보호 조항인 '일시보호'의 허울좋은 명목이 있지만 실제로는 학교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보호시설은 단 한 개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 '치료 및 요양'이라는 조항이 있지만 돈이 없는 저소득층 학생은 피해를 당해도 의료보험 적용이 안돼 막대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포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청소년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5개 부처의 장관들은 학교폭력을 매년 5%씩 5년에 걸쳐 감소시키겠다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약속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매번 그러하듯 또 하나의 이벤트로 전락하고 말았다.
● 우리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자
경찰청도 7억원의 예산을 세워 학교폭력에 대해 치료비까지 보장해주는 '원스톱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올 한 해 전국적으로 학교폭력 피해자 41명에게 1,000만원 정도의 치료비를 지출했을 뿐이다. 센터 운영비에는 수억원이 소요됐을 텐데도 말이다.
학교폭력의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다. 세 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첫째, 학교현장의 전인교육 실현이다. 청소년들을 입시노예로, 학교를 노예훈련소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둘째, 관련 부처들의 청소년정책에 대한 진정성 실현이다. 더 이상 생색내기 이벤트로 학교폭력 문제를 호도해서는 안된다. 셋째, 가정이 최후의 보루임을 잊지 말자. 맞벌이 시대에 아이들과의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어렵더라도 아이들에게 시간과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신순갑ㆍ청소년폭력예방재단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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