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 사건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교내외의 신망이 높았던 인사여서 착잡하기도 하다. 그러나 8월의 김병준 교육부총리 사퇴 사건에서 보듯이 지금 대한민국은 과거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부정을 대충 눈감아 주는 사회가 아니다.
예전에 그런 일이 많았다는 이유로 표절을 관행이라고 하는 것은 성실하게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연구자들에 대한 모독이다. 표절은 사기이고 악습일 뿐이다.
문제는 진실이라 하겠다. 2005년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 초안을 학술지에 제1 저자로 등재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 총장은"그런 사실을 몰랐으며 만약 제1 저자로 할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말렸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제자는 "학회지 게재 날짜가 정해진 다음(이 총장에게) 제1 저자로 내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해 승낙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1988년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과 유사한 내용을 교내 학술지에 자기의 단독 명의로 낸 데 대해 "현재의 엄격한 연구 윤리가 정착되기 전에는 교수와 학생 사이에 자료를 공유하는 것이 비교적 관행처럼 여겨졌다는 사실에 유념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런 해명이 해명의 전부라면 납득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총장은 하루 빨리 사안의 모든 진실을 솔직하고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학내외에 밝혀야 한다.
처음부터 사실을 그대로 밝히는 것이 어려울지 모르지만 이런 일은 사실대로 밝혀 판단을 구하는 게 가장 옳은 처리방법이다. 전 교육부총리 표절 사건에서 보듯이 찔끔찔끔 해명하고, 새로운 의혹이 또 불거져 나오고, 관행이라고 우기고 하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은 본인에게나 학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총장이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누렸던 신망과 한국의 대표적인 대학의 총장이라는 자리를 생각할 때 더더욱 시기를 놓치지 말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군자는 잘못을 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않는다는 논어 구절은 학자로서 누구보다도 본인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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