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 전시회를 보러 가겠다고 처음 마음먹은 게 보름 전이다. 그끄제, 크리스마스 전날에는 사간동의 와인바 <오로> 에 크리스마스 파티가 잡혀 있었다. 오로>
그래서 어차피 외출하는 김에 미술관에 들르려 했는데 알아보니, 폐관 시각이 오후 6시란다. 그게 불과 한 시간 뒤여서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아, 르네 마그리트, 이러다 어영부영 전시회가 끝나고야 말겠다.
벨기에의 항구도시 앤트워프에 있는 왕립미술관에서 르네 마그리트 그림을 본 적 있다. 그 곳에 사는 친구가 며칠 전 전화 메시지를 남겨놨는데 아직 답신을 못했다.
요즘 들어 쉬는 날 없이 노느라 지쳐 오롯이 얘기를 나눌 기운이 없어서다. 나와 달리 그 친구는 쉬는 날 없이 일하면서도 음악회장이나 전시장엘 열심히 드나든다.
지난 봄에는 무슨 특별전인가를 보러 전시 마지막 날 저녁 퇴근하자마자 왕립미술관에 달려갔단다. 회전문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옆 칸에서 막 나온 한 남자가 그의 손에 뭔가를 건네주고 휑하니 가더란다.
그가 보려던 전시회 입장권이었다고. 당황한 미소를 띠고 모르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봤을 친구 얼굴이 눈에 선하다. 르네 마그리트 그림 같이 얼떨떨하고 쓸쓸한.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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