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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후보 이소연씨 어머니 남다른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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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후보 이소연씨 어머니 남다른 감격

입력
2006.12.2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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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어느날. 소녀는 TV 만화영화에 푹 빠졌다. 은하수 너머에서 외계 생명체를 발견한 우주인이 지구로 귀환했다. 소녀는 만화 속의 섹시하고 멋진 여자 과학자를 점 찍었다. “엄마, 나도 우주인 될래.” 엄마는 “애긴 애구나. 그 나이엔 그렇지”라며 웃고 말았다. 엄마는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그날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2006년 12월 25일 아침 엄마는 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나님께서 오늘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을 줄 거야.’ 선물은 다름아닌 우주인 최종 후보 선정이다. 기도까지 했다.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 우주에서 맘껏 보게 해주세요.’

그 엄마에 그 딸이었다. 이날 밤 딸 이소연(28)씨는 1만8,103대의 1의 경쟁률을 뚫고 우주인 반열에 올랐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다. 누군들 어린 시절 황당한 꿈 한 자락이 없을까마는, 팍팍한 현실에 치여 자라다 보면 까맣게 잊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천명(知天命)이 한참 지난 엄마조차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씨의 어린시절 꿈 이야기를 26일 엄마 정금순(54ㆍ광주 서구 광천동)씨한테 들었다.

●우주인→대통령→성악가→과학자→우주인(꿈의 변천사)

우주인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현실적인 꿈을 꾸라” 했더니 성악가가 되고 싶어했다. 갈고 닦은 피아노 실력에 노래대회(독창)만 나가면 상을 타왔다. 목이 안 좋았다. 병원에서 비염(鼻炎) 판정을 받았다.

정씨는 “성격이 굵직해서 (딸이) 금방 다른 비전을 택했다”고 했다. 딸은 광주과학고를 거쳐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재 KAIST 바이오시스템 박사 과정이다. “이공계를 무시하니까 남들은 법대나 의대로 진로를 트는데도 딸은 ‘열심히 끝까지 연구해서 이공계에 꿈을 실어주고 싶다’고 가족을 설득했다”고 했다.

●철저한 시간관리(성공의 덕목)

이씨는 국내 첫 여성 우주인 후보란 타이틀과 함께 완전인(完全人)으로 회자되고 있다. 화려한 학력과 강철 체력, 고운 심성까지 갖춘 터라 아이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비법이 궁금할 법도 하다. 정씨는 “학원강습도 과외도 시킨 적이 없지만 시간약속만큼은 지키게 했다”고 했다. 꼬마 때부터 놀든 공부하든 운동하든 스스로 정한 시간을 따르게 했다. 장보기와 식사 청소시간 등 엄마부터 모범을 보였다.

특히 공부와 운동 비율을 1대2로 정한 덕분에 수영 마라톤 테니스 태권도 등 못하는 운동이 없다. 엄마는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밴 탓에 한번 마음 먹은 일은 꼭 하고 만다”고 말했다.

우주인의 영광이 오래가지 않을 것을 엄마는 잘 안다. 정씨는 “우주인도 좋지만 박사과정을 마무리하는 게 딸에겐 옳은 길이라 본다”고 했다. 엄마 속을 아는지 이씨는 바쁜 와중에도 손수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 ‘엄마, 내 맘 알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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