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시가총액 '1조원 클럽'에 들어가기가 과거에 비해 너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 개발 초기에 자리잡은 기업을 중심으로 서열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증시에서도 신생기업의 '대박 신화'는 꿈 같은 일이 됐다는 것이다.
26일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시가총액 1조원을 넘어서는 기업은 모두 108개로, 이 중 외환위기 이후에 설립된 기업은 고작 4곳에 불과했다.
김 연구원은 "과소투자와 저성장이 고착화된 외환위기 이후 설립된 기업은 글로비스 미래에셋증권 NHN 강원랜드 뿐"이라며 "이중 기존 대기업(현대차그룹)의 후광을 입은 글로비스나 특수사업 분야인 강원랜드를 제외하면 신생기업 중 주식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기업은 2개에 불과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시야를 넓혀보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신생기업의 성장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의 설립연도는 1960년대 이전이 28개, 60년대는 31개에 달했다. 70년대에 설립된 기업 수도 25개로 많았으나 80년대에 들어서는 14개, 90년대는 9개로 크게 줄었고 2000년대 설립 기업은 1개였다.
90년대 이후에 설립된 기업 수가 상장사 전체 중 40%에 달하고 2003년 이후 4년째 증시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1조원 클럽'에서 90년대 이후 설립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 적다는 게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과거 코스닥시장의 벤처 황제주 가운데 지금까지 제대로 성장을 한 기업이 몇이나 되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며 "역동성을 상실하고 성장이 정체된 사회 경제 환경 하에서는 신생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해 제대로 성장하고 증시에서 고평가를 받을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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